이인자 사서주사 “잃어버린 조상의 땅 찾아줄때 가장 보람”

  • 입력 2004년 2월 10일 19시 37분


이인자 정부기록보존소 주사가 10일 서울사무소 열람실에서 일제강점기 토지조사부의 마이크로필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미옥기자
이인자 정부기록보존소 주사가 10일 서울사무소 열람실에서 일제강점기 토지조사부의 마이크로필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미옥기자
“기록물과 씨름하며 지내온 세월이 그새 22년이 됐네요.”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기록보존소 서울사무소의 이인자(李仁子·49) 사서(司書)주사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조선시대 문헌들과 각종 정부기록들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일에 고스란히 청춘을 바친 ‘고집쟁이 노처녀’다.

조선왕조실록부터 일제강점기 재판기록 등 자료가치를 가진 공문서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통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고 있다. “이제 중요한 기록물이 거의 다 전산화돼 원하는 자료를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마이크로필름으로 찾아낼 수 있죠. 정말 편해졌어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토지문서를 잃은 후손들을 위해 100년이 다 된 토지조사부를 샅샅이 뒤진 일도 다반사. “조상의 기록을 잃고 망연자실하던 분들에게 정부기록보존소는 마지막 희망인 셈이죠.”

고교 졸업 후 한 회사에서 일하던 이 주사는 우연히 대학도서관에 근무하는 친구를 찾아갔다가 ‘사서의 꿈’을 갖게 됐다. 성균관대 부설 한국사서교육원에서 준사서 과정을 마친 뒤 81년 총무처 정부행정자료실에서 기록물 관리업무를 시작했다. 97년에는 1급 정사서 자격도 취득했다.

‘기록물관리 유공자’로 선정돼 20일 대통령표창을 받는 이 주사에게 ‘안주’란 없다. 지금도 ‘아키비스트(archivist·기록관리전문가)’ 국제자격증을 취득하려 방송통신대 영문과에 재학하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그의 꿈은 고향인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에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 돈이 없는 사람도 잠시 들러 차를 마시며 쉬고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혹시 독신주의자냐”고 물었더니 펄쩍 뛴다.

“일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두고 보세요. 멋진 남자 만나서 근사한 가정을 꾸릴 거예요.”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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