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대학진학 환갑에 교수된 시각장애인 이완우씨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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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우 교수가 3월부터 강의할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의 점자음성전자교육정보센터 연구실에서 강의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천안=지명훈기자
이완우 교수가 3월부터 강의할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의 점자음성전자교육정보센터 연구실에서 강의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천안=지명훈기자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직업 모델을 개발해 이들이 사회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보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3월부터 충남 천안시의 나사렛대 재활학부에서 강의하는 이완우(李完雨·61) 교수. 3세 때 천연두 후유증으로 빛을 볼 수 없게 된 그는 마흔에 대학공부를 시작하여 환갑이 넘어서까지 공부를 계속해 교수의 꿈을 이뤘다.

그는 집안이 어려워 1966년 서울맹학교 사범과(고교과정)를 졸업한 뒤 한동안 교직에 근무하다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일했다.

단체 일을 하면서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뒤 대학 문을 두드렸다.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이어야 했기 때문에 잠을 줄여가며 공부했다.

1999년 대구대에서 ‘시각장애 대학생의 진로발달 수준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그동안 ‘시각장애인 교육과 재활’ 등 3권의 저서와 10여권의 공동 연구저서를 펴냈다. 현재는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의 연구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각장애인 교수는 5명가량 있으나 이 교수처럼 만학의 고생 끝에 꿈을 이룬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학교측은 “이 교수의 박사 논문이 우수하고 학술활동이 활발해 전임 교수로 임명했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이 학교에서 시각장애인 재활에 대한 강의(6학점)를 진행하는 한편 점자음성전자교육정보센터에서 시각장애인 교육프로그램을 연구한다. 또 이 학교 시각장애인 학생 35명에 대한 진로지도도 맡는다.

그는 “장애인이 홀로 서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땀 흘려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또 사회는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어 장애인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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