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서정보/빈손으로 떠나는 루터대 前총장님

  • 입력 2004년 2월 26일 19시 28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26일 43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귀국한 한국루터신학대 이무열(미국명 힐버트 리머·68) 전 총장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1961년 25세의 청년 선교사로 한국에 온 그는 한국 루터교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는 67∼98년 기독교방송과 극동방송에서 방송된 드라마 타입의 교리 프로그램 ‘루터란 아워(Lutheran Hour)’를 제작했으며 75만명의 청취자에게 기독교 교리 교재를 보내줬다. 베델성서연구원을 열어 교단과 상관없이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루터신학교를 루터신학대로 승격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한국을 떠나면서 단출한 살림살이 외에 모든 것을 한국에 남겼다.

그는 3000여명의 미국 후원자들로부터 모은 4억여원을 대학에 쾌척했다. 지난해 6월 미국 교단의 재정악화로 월급을 받지 못하자 친지와 친구들이 생활비로 보태준 2890만원과 98년식 ‘쏘나타Ⅲ’(시가 300만원)도 대학에 기증했다.

그는 “미국에 돌아가서도 루터신학대를 위한 모금을 계속 펼쳐 100만달러(약 12억원)까지 기금을 늘릴 계획”이라며 “미국 생활은 교단에서 받는 연금으로 할 수 있는 데다, 늙은 부부가 큰돈 쓸 일 있겠느냐”고 말했다.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는 그는 “미국 미네소타 세인트폴에 있는 한국 식당 4곳을 알아뒀다”며 “앞으로 그곳의 단골손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영 루터신학대 총장은 “학교와 교단에서 43년 노고에 감사하는 뜻으로 좋은 선물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이 전 총장은 스스로 고른 10만원대의 한국 장식장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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