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철 소위 임관 代이은 파일럿 도전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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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훈련 중 순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습니다.”

17일 충북 청원군에서 열린 제52기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서 박인철(朴仁哲·24) 소위는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박 소위의 아버지인 고 박명렬(朴明烈·공사 26기) 소령은 F-4 전투기 조종사로 1984년 팀 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했다가 비행사고로 숨졌다. 당시 박 소위는 아무것도 모르는 5세 어린이였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죠. 그런데 크면서 점차 비행기에 매료되더라고요. 집안 핏줄인 듯합니다.”

박 소위의 공사 진학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들을 잃은 할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지만 어머니 이준신씨(48)는 “아버지 때문에 너의 꿈을 접을 필요는 없다. 너의 생각을 존중하겠다”라며 격려했다.

4년간의 생도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박 소위는 “아버지가 먼저 갔던 길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소위는 졸업 후 2년 반∼3년 내에 초·중·고등 비행훈련을 무사히 통과해야 전투기 조종사가 될 수 있다.

어머니 이씨는 “남편은 성실하고 노력하는 조종사였는데 아들도 그런 모습을 닮았다”며 “나머지 과정도 모두 통과해 남편처럼 최고의 조종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졸업·임관식에선 조종사 지원이 불가능한 0.3의 시력으로 공사에 입교했던 임혁(林爀·23) 소위가 ‘교육’ 특기로 수석 졸업(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4년 내내 전교 1등 자리를 지켜온 임 소위는 “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있었다”며 “우수한 공군 장교들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비행사고로 숨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투기 조종사의 길을 택한 박인철 소위(오른쪽)가 17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어머니 이준신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은 아버지 고 박명렬 소령이 타던 비행기와 같은 F-4 전투기. -사진제공 공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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