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체류하는 중남미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셸 롱상(한국명 홍세안·58) 신부를 부르는 호칭이다. 푸른 눈의 프랑스인인 홍 신부는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있는 가톨릭노동사목위원회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 상담신부.
국내에는 모두 5000여명의 중남미 출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몸이 아프거나 급히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불법체류 신분인 데다 스페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홍 신부는 이들 중남미 노동자에게 아무리 어려운 일을 부탁해도 들어주는 ‘해결사’로 통한다. 아픈 이들이 찾아오면 고쳐주고 주린 이들이 찾아오면 먹여준다.
올해 초 페루 출신 호세 초케완카(40)는 월급을 주지 않아 경기 평택시에 있는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회사 사장은 밀린 월급과 여권을 돌려달라는 그를 마구 때려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이때 초케완카씨가 찾은 사람이 홍 신부. 홍 신부는 평택으로 달려가 초케완카씨를 응급실로 옮긴 뒤 ‘싸움’을 시작했다. 우선 폭행 사실을 부인하는 사장을 경찰에 고발한 뒤 수차례 경찰서를 오가며 항의를 계속했다.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으면서까지 벌인 끈질긴 싸움 끝에 병원비와 밀린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 페루 출신으로 지난해 자궁암에 걸린 마리에라 카바스코(30). 홍 신부는 카바스코씨의 요청을 받고 아는 시민단체와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1000만원을 모금해 수술비를 댔다. 그의 휴대전화로 매일 수십건의 ‘구조 요청’이 오지만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72년. 선교활동을 하러 왔다가 노동문제에 눈을 돌려 젊음을 바쳤다. 1992년엔 벨기에로 건너가 중남미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쏟았다.
최근 한국에 불법 취업하는 중남미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홍 신부는 주저 없이 2001년 한국을 다시 찾았다.
“몇십년 전 한국인도 남미에서 서러움을 겪으며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 있는 이들도 서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들이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들을 맞아줬으면 합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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