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탈북자 과외지도 봉사하는 김성호군

  • 입력 2004년 5월 1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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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교대(옛 인천교대) 교육학과의 새내기 김성호(金晟鎬·19·사진)군은 올해 예기치 않던 ‘제자’가 1명 생겼다. 북한을 탈출해 2년여 중국에서 숨어 지내다 7개월 전 한국 땅을 밟은 홍명철씨(22)가 그의 제자다.

3월 초 지인의 소개로 1주일에 1번씩 만나 1 대 1 과외 교습을 하는 사제지간이지만 나이에 따라 서로 “성호야” “명철이형”이라고 부른다.

목숨을 걸고 남한행을 감행한 탈북자들이 정착 과정에서 부닥치는 어려움 중 하나는 학습. 특히 북한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다 온 사람들의 경우 상당수가 상급 학교에 진학해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혼자 힘으로 벅찬 게 현실이다. 예전에 배운 내용과 많이 다르고 입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명철이형은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가려고 합니다. 중국에 있을 때 중국말을 익힌 터라 중국어과를 희망하는데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김군이 ‘과외 봉사’에 눈을 뜬 계기는 올해 초 고향 누나와 함께 지체장애인 시설을 방문하면서부터. 지체장애인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친근하게 대하는 누나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3월 초 봉사단체 ‘행동하는 양심’측에서 탈북자 과외교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하자 이를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에 대해 자신만만해 하던 홍씨는 두 달 전 큰일을 겪은 뒤 많이 신중해졌다. 차를 몰다가 급정거하는 앞차에 살짝 부딪치는 접촉사고를 냈는데, 앞차 운전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합의금으로 200만원을 줘야 했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한국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절감했다.

“명철이형은 가게에 들어가면 비싸더라도 그냥 사고 맙니다. 경제관념이 없기 때문이죠. 방 안에서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용이 없으니 같이 돌아다니면서 산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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