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헌혈 홍보 앞장 이성기씨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43분


10년 동안 135번에 걸쳐 6만7500mL나 되는 헌혈을 한 이성기씨.-장기우기자
10년 동안 135번에 걸쳐 6만7500mL나 되는 헌혈을 한 이성기씨.-장기우기자
‘헌혈로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모임’(헌사모)의 이성기(李誠基·29·보험회사 근무)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헌혈인’이요 ‘헌혈 홍보대사’다.

그가 헌혈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93년. 처음엔 수업을 빼먹을 꾀로 한 것이지만, 하다보니 그 의미를 체득하게 돼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됐다. 지금까지 135번의 헌혈을 한 그의 총헌혈량은 무려 6만7500mL. 그렇게 많은 피를 빼고도 괜찮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혈액은 쓴 만큼 더욱 신선한 것으로 채워지는 ‘옹달샘’”이라는 지론을 말한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연평도에서 복무할 때는 부대 여건상 헌혈차가 자주 오지 않자 휴가 때마다 인천혈액원을 찾았을 정도로 그의 ‘헌혈사랑’은 남다르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내 피가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술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는 헌혈 홍보에 앞장서다 보니 본업은 뒷전이기 일쑤지만 후회는 없다. 한해 350억원어치나 혈액을 수입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일본은 정기헌혈자가 100만명이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20만명도 안 됩니다. 자주국방도 중요하지만 ‘자주혈액’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월 29일 충북지역 다회헌혈자 모임인 충북 헌사모를 만든 그는 전국 곳곳을 돌며 강연도 열심히 한다. 그의 헌혈강연은 도입부부터 재미있다. “전국에 피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고스톱에서도 피(皮)가 중요하듯 피(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하는 식이다.

독자(獨子)에 미혼인 그의 잦은 헌혈에 대해 걱정하던 노부모도 지금은 적극적인 헌혈 후원자로 돌아섰다. 일생 동안 1000회 헌혈을 목표로 잡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에 혈액자급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각지의 헌혈모임을 하나로 묶는 일을 구상 중이다.

“내 피 한 방울이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만족감이 진짜 웰빙이 아닐까요.”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