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모아온 고지도를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서정철(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 명예교수), 김인환씨(이화여대 불문학과 명예교수) 부부의 말이다.
이들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한장 두장 모은 고지도 150여점을 역사적 사료로 써달라며 지난해부터 몇 차례에 나눠 박물관에 기증했다.
지도 중에는 16∼18세기 한중간 국경과 대마도, 독도 등이 명확히 표기돼 있어 역사적 사료가 높은 해외지도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한중일 영토분쟁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서 교수는 “처음에는 학자적 호기심과 민족의 자존심 때문에 수집하게 됐는데 나중에는 수집 자체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1960년대 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서 교수 부부는 베르사유 궁전 벽에 걸린 지도에 한반도 오른쪽의 바다가 ‘동해(Oriental Sea)’로 표기된 것을 보고 귀국 후 여러 학자들에게 관련 연구를 권유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 1974년 동아일보에서 ‘여러 세계지도에 일본해 이전에 동해로 표기됐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고 그 지도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갔다.
그러나 그 지도가 사본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진품을 찾아 나섰고 결국 진품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고지도 찾기에 푹 빠졌다. 유명한 외국의 고서점과 경매장을 거의 다 둘러봤을 정도.
서 교수는 “지도는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별 지역별로 다양하게 진화한다”며 “전공은 아니지만 지도 한 장을 통해 역사와 시대를 읽을 수 있었던 지적 충만함만으로도 충분한 수집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박물관은 이 중 역사적 사료가치가 높은 지도 80여점을 골라 다음달 1일부터 올해 말까지 전시할 계획이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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