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공연계 초미의 관심을 끌어 왔던 일본 극단 ‘시키(四季)’의 아사리 게이타 대표(71)가 28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진출 포기’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얼마 전 ‘시키’의 한국 진출을 ‘거대 자본의 문화 침략’이라고 비난하는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회장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의 성명을 접한 뒤 고민을 많이 했다”며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사리 대표는 한국진출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불과 수 시간 전까지도 한국 기자들에게 “‘시키’가 한국에 진출해 얻는 수익금은 한국 내에서 배우 양성시설을 세우고 지방공연을 하는 데 재투자될 것”이라고 수익금 사용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돌연한 번복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그는 앞으로 영원히 한국에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쇼비즈니스는 3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내가 3년 뒤까지 살 수 있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아사리 대표는 ‘진출포기’ 의사를 밝힌 기자회견 내내 한국의 특정 뮤지컬 극단을 겨냥해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되레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를 통해 반일감정 운운하며 문화산업 진출을 정치적으로 몰아갔다”고 맹비난했다.
또 한국 뮤지컬계에 대해서도 “배우 오디션부터 공정하게 해야 발전이 있을 것이다” “정부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어달라는 한국 뮤지컬 제작사들의 요구는 자신들의 희생 없이 쉽게 일을 하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라는 등 쓴 소리를 했다.
그동안 ‘시키’는 롯데그룹과 손잡고 서울 잠실 롯데월드 인근에 한국뮤지컬 사상 첫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어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를 위해 ‘시키’의 뮤지컬 전용극장 책임자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부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한편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시키’가 일본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더 큰 시장 확보를 위해 중국과 한국 진출을 노리는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1953년 창설된 일본 최대의 극단인 ‘시키’는 현재 소속 배우 600명을 포함해 1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공연 횟수만 2800회(연 매출 2500억원)에 이른다. 일본 전역에 8개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보유하고 있다.
도쿄=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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