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수술대’ 오른 예멘소녀…광주기독병원서 무료치료

  • 입력 2004년 9월 7일 19시 15분


어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예멘 소녀 루키아 아메드와 도움을 준 사람들.왼쪽부터 박준범 선교사, 집도의 송준영 과장, 루키아양, 오빠 누라딘. 사진제공 광주기독병원
어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예멘 소녀 루키아 아메드와 도움을 준 사람들.왼쪽부터 박준범 선교사, 집도의 송준영 과장, 루키아양, 오빠 누라딘. 사진제공 광주기독병원
“슈크란. 알프 슈크란(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7일 오전 8시 광주 남구 양림동 광주기독병원 4층 예배당. 20대 아랍 청년이 오른쪽 팔에 석고 붕대를 한 여동생과 함께 아침 예배를 위해 모인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아랍어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들 남매는 예멘에서 온 누라딘 아메드(24)와 루키아 아메드(9).

아메드씨는 “동생을 치료해준 것도 고마운데 따뜻한 송별식까지 마련해줘 감사드린다”면서 “한국이 보여준 온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남매가 광주기독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3일. 태어날 때 난산으로 오른쪽 어깨가 마비된 여동생이 이 병원이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펼치는 무료 수술의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예멘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광주기독병원 출신 박준범씨(40)가 아메드씨로부터 열악한 현지 의료여건 탓에 여동생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을 듣고 이 병원으로 연락해 치료를 받게 된 것.

이 병원 정형외과 송준영 과장(42)의 집도로 어깨 관절을 펴주는 수술을 받은 루키아양은 완전치는 못하지만 팔을 들어올리고 어깨를 돌리는 등 몸놀림이 한결 자유스러워졌다.

7일 오후 오빠와 함께 예멘으로 떠난 루키아양은 앞으로 두세 차례 수술을 받은 뒤 재활치료를 하게 된다.

이 병원 송경의 원장은 “병원 설립 초기 외국 선교사들이 보여준 사랑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무료 시술행사를 갖게 됐다”면서 “개원 100주년이 되는 내년 11월까지 생활이 어려운 국내외 환자 100명을 무료로 치료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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