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혼자 떠나요-김남희씨
대학을 졸업하던 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 남들 사는 것 보러’ 떠났다가 아직까지 길 위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김남희씨. 지난여름 820km, 29일간의 찬란한 국토종주기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을 펴냈다.
영국에서 관광정책학 석사과정을 밟은 뒤 터키대사관에 근무할 때는 한 달간의 휴가를 위해 1년을 일했다. 2000년 세계일주를 계획했고 그 예행연습으로 우리 땅을 밟은 여행기가 이 책이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세계여행을 떠나 현재 인도를 여행하고 있다. 책 마무리 작업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3일 출국한 김씨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 좋다”고 자랑했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떠나면 자연이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교감이 더 깊고 넓어지지요.”
이번에는 20년 만에 개방된 설악산 흘림골을 찾은 것이 수확이다. 인적이 드물고 험하지 않을뿐더러 너무 예뻐서 이번 가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여행이라면 거창하고 돈 많이 들어가는 레저라는 생각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혼자 가까운 곳부터 찾는 연습을 해보세요. 자꾸 떠나보면 언젠가 멀리 떠나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김씨 역시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남자친구랑 직장이랑 미래에 대한 불안이랑 걸리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떠나고 나니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건강해졌다.
김씨는 “친구와 같이 떠나면 힘들 때 기댈 수 있지만 사소한 것까지 보조를 맞춰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대중교통과 걷기만으로 이뤄지는 김씨의 여행은 진도가 느려 40대는 되어야 끝날 것 같다고 한다.
● 가족과 함께 떠나요-이유경씨
세 살 된 딸 쌍둥이를 둔 이유경씨는 친정어머니(65)를 참 많이 닮았다. 이씨는 “친정어머니는 여행마니아여서 어린 네 딸을 데리고 고구마 삶고 기저귀 가방 들고 많이 돌아다니셨다”고 회상했다.
건설재료기사로 건설현장을 누비다 38세에 결혼한 이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는 여름과 겨울휴가 1주일간의 국내외여행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41)을 만나 요즘은 틈만 나면 딸 쌍둥이를 데리고 도시락여행을 떠난다. 지도를 펴놓고 형광펜으로 여행지를 색칠해가며 가는데 형광펜 색칠만큼 가족과의 추억이 쌓여가는 것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기 위해 여행을 다녀요. 아이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고요. 아이들이 좀 자라면 돈 1만원을 쥐어주고 여행을 떠나라고 할 거예요. 많고 보고 깨달으라고요. 그 전까지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누빌 겁니다.”
이씨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의 장점으로 여행 내내 대화할 수 있고 여행 후에도 화젯거리가 끊이지 않는 점을 꼽았다.
가을에 가족과 가볼만한 여행지로는 경북 영주시 부석사를 추천했다. 동틀 무렵 안개가 올라오면서 자아내는 풍광이 일년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이씨는 가족과 여행을 갈 때 맛있는 집과 시장을 꼭 찾아 나선다. 맛집은 금강산도 식후경이기 때문이고 시장은 그 지방의 분위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딸들을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티베트 여행을 다녀온 이씨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다시 티베트 여행에 도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 단체로 떠나요-양은희씨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의 특별기획 ‘아줌마가 간다’에 참가한 주부 양은희씨가 오지탐험을 나서게 된 것은 10년 이상 등산을 해온 덕분이다. 이 기획에는 742명의 주부 ‘체력 짱’들이 응모했고 양씨는 5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면접과 공개오디션, 체력과 담력시험을 거쳐 최종 선발된 주부 10명에 합격해 올 8월 남미의 페루를 다녀왔다.
“91년 구 송탄시 여성산악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산악회 모임에 참가해 등산을 했어요. 산행 횟수만 해도 300회가 넘을 거예요. 1년 6개월 격주로 등산을 해 백두대간을 완주했고요.”
결혼 전에는 남편(61)과 산을 많이 탔으나 아이들 키우느라 새벽 수영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40대 중반이 되자 본격적으로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에 산악회에 가입했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걷는 것이 가장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혼자 등산을 하면 일일이 여행지를 정해야하고 등산한 뒤 출발지로 돌아와 차를 가져가야했기에 번거롭잖아요. 그러나 단체로 가면 버스비와 도시락을 챙기면 전국 어느 산이나 갈 수 있지요.”
호기심이 많은 양씨는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여행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양씨는 국내의 웬만한 산은 다 다녔지만 이번 페루여행에서 해발 4800m 와스카란 정상에 올랐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양씨는 “만년설이 뒤덮인 와스카란 정상에서 트래킹 하러 온 74세의 호주 할머니를 만났다”며 “관리하기에 따라서 나이란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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