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이라크 석유-해외송금 자금 넘쳐 한국엔 기회의 땅”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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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라크는 현재 자금은 넘치는데 물건이 없는 상황이다. 치안이 개선되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규식(金圭植·사진)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서 경제만큼은 그나마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힘든 때일수록 이라크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라크 바이어 11명을 이끌고 한국에 왔으며 곧 바그다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에 바이어들이 함께 많이 왔는데 그 이유는….

“이라크는 전쟁 후 물이 오염돼 생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 건설 붐도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수업체 사장 및 변전설비 관련 업체 사장들이 이번에 한국을 찾게 됐다. 특히 인쇄기기 바이어도 방한했는데 이는 전쟁 후 신문사가 100여곳이나 새로 생겨났지만 인쇄소가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경제 상황은 어떤가.

“이라크에는 축적된 돈이 넘치고 있다. 현재 이라크의 1인당 국민소득은 1500달러 정도다. 한국의 1만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한 달에 100∼150달러면 집값까지 포함해 모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전쟁 후 석유 판매대금이 200억달러가량 이라크 발전기금에 편입되면서 이라크 정부도 돈이 많다. 해외 거주 이라크인들이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액수도 엄청나다.”

―그만큼 수출 시장으로 매력적인 곳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이라크에서는 최신 가전제품이라고 해봐야 1980년대 초 제품이다. 1차 걸프전 이후 유엔의 경제 제재로 제대로 된 제품이 없다. 이라크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제품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한국 제품이 이라크 현지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이라크 시장을 소홀히 해온 결과다. 한국의 대(對)이라크 직수출액은 올해 약 6억달러 수준인데 정치적 불안요인이 해소되면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위험은 여전히 높지 않나.

“그렇다. 다만 ‘이라크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테러가 이어지고 있지만 치안은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 아침이면 길거리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넘친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도 이라크 바이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요르단이나 암만 등 인접 국가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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