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애씨 3년 야학끝 수시합격…합격증 病死 아들영정에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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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애씨가 1994년 당시 아들의 사연이 보도된 동아일보 사본을 가리키고 있다. -대전=이기진기자
황선애씨가 1994년 당시 아들의 사연이 보도된 동아일보 사본을 가리키고 있다. -대전=이기진기자
“대학 생활을 그토록 그리던 아들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암으로 숨진 아들의 못다 한 학업의 꿈을 10여년 만에 이룬 50대 어머니가 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졸업장조차 없는 황선애(黃善愛·51·대전 중구 대흥동)씨.

황씨는 최근 대전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뒤 아들의 영정 앞에 합격통지서를 놓고 한껏 울었다.

그가 배움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10여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대전고 3학년이던 아들 이재룡군(당시 19세)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림프샘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이군은 시한부 삶 판정을 받았지만 ‘단 하루만이라도 대학생활을 하고 싶다’며 한국원자력병원에서 수능시험과 면접을 치렀다. 그는 다음해 한남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본보 1994년 1월 26일자 보도).

하지만 이군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그해 세상을 떠났다.

이후 황씨는 남편과 헤어지는 아픔까지 겪으며 방황했다. 여관방 청소, 칼국숫집 종업원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하나씩 시로 써 놓기도 했다.

방황과 우울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아들의 못다 한 꿈을 이루자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황씨는 2001년부터 건양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호롱불’ 야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초등 중등 대입 검정고시에 연달아 합격했다.

그는 요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칸방에서 호밀장을 담가 팔고 있다.

황씨는 “기회가 되면 문예창작도 공부해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시집을 만들어 아들의 영혼이 뿌려진 대천바닷가에서 읽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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