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개의 입방체(Sixty-three Cubes)’라는 제목의 전시에 등장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피트(약 30.48cm) 크기의 진회색 세라믹들은 매일 저녁마다 자리바꿈을 한다. 마치 사람들이 어제는 저런 모양으로 뭉쳐 있다가 오늘은 이런 모양으로 모여 있듯이.
박씨의 입방체들은 모두 사람이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혹시 나도 어딘가에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잘 찾아봐”라고 대답한다. 관람객 누구든 ‘저게 나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맞는 것이며 그걸 보면 성격이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
맨해튼 첼시의 ‘존 첼시 아트센터’에서 이 전시회가 열리자 첼시에 둥지를 튼 일부 예술가들이 “매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봐야겠다”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람객들은 날짜별 입방체의 배치 모습 사진과 비교해 가면서 설치미술로서의 입방체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이번의 새로운 시도는 작품수집가들을 전시에 참여시키는 것. 박씨는 “수집가가 전시작품을 구입하겠다고 하면 보통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만 이번엔 팔린 입방체들은 즉시 빼낸다”고 말했다.
수집가의 선택에 따라 작품 내용까지 달라진다는 의외성을 다른 관람객들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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