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아내를 잃었을 때도, 그로부터 10년 뒤 외환위기로 29년 동안 다니던 은행에서 퇴직했을 때도, 나를 붙들어준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6년 전 그런 음악에 대한 감사를 글에 담기 시작했죠.”
한 PC통신 동호회에 올리기 시작한 글을 지난해 ‘고클래식’으로 옮겨 연재하면서 그는 일약 ‘스타 글쟁이’로 떠올랐다. 다른 글들이 100회 남짓한 조회수를 기록하는 동안, 그가 연재하는 ‘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는 게시되자마자 며칠사이에 1000∼2000회를 훌쩍 넘어 버린다. 그의 글에 달리는 ‘댓글’(리플)은 ‘잘 읽었다’를 넘어 ‘삶의 지혜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현재 98회까지 연재된 글은 12월 경 100회를 돌파할 예정이다.
댓글을 다는 동료 네티즌들은 그의 글이 가진 독특한 매력으로 ‘서로 다른 영역들이 묘하게 잘 어울려든다’는 점을 꼽는다. 그런 평대로 그의 글에서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 텔레만의 음악과 도연명의 시, 경북 영덕의 복숭아꽃과 보케리니, 리스트 ‘사랑의 꿈’과 부산 백양산의 일출이 한데 섞여든다. 주민등록 말소자 한 사람이 어렵게 주민등록을 회복하는 과정을 특유의 담담한 필치로 설명한 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를 소개하는 식이다.
“클래식은 멀리 고고하게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항상 우리 곁을 지켜주며 위안을 주는, 애인이자 친구죠.”
그는 매일 최소 한 시간씩 꼭 시간을 내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다행히 재혼한 부인과 네 아이들 모두 그와 함께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가을에 들을 만한 음악’을 부탁하자 그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곡 b단조를 권했다.
“저는 음악을 들을 때 ‘동질성의 원리’를 강조합니다. 슬플 땐 슬픈 음악을, 기쁠 땐 기쁜 음악을…. 이 곡도 한때 가슴 아파서 플레이어에 올려놓지 못한 음악이었죠. 가을에 가슴이 시린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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