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김병종-김병화씨 ‘다시보는 예수’ 회화-조각展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33분


‘한없이 낮은 모습의 예수’를 주제로 2인전을 갖는 김병화(오른쪽) 김병종 작가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 앞에서 대화를 나눴다. 신의 아들이었지만 삶 속에서 고통받았던 인간예수를 통해, 갈등으로 찢긴 세상에 치유의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 두 작가의 변. -원대연기자
‘한없이 낮은 모습의 예수’를 주제로 2인전을 갖는 김병화(오른쪽) 김병종 작가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 앞에서 대화를 나눴다. 신의 아들이었지만 삶 속에서 고통받았던 인간예수를 통해, 갈등으로 찢긴 세상에 치유의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 두 작가의 변. -원대연기자
예수를 바보와 걸레로 표현하다니, 신성모독 아닌가. 서울대 미대 선후배인 김병화(56·조각가) 김병종(53·한국화가·서울대 미대 교수) 두 작가의 작품을 보고 언뜻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무리가 아닌 것이, 한쪽은 청소용 밀대걸레로 예수상을 표현하고 또 한 사람은 골판지 위에 피를 뚝뚝 흘리며 울부짖는 예수를 그려 놓아 ‘바보예수’라 칭하고 있다.

‘다시 보는 바보예수, 밀짚광배 예수’라는 제목의 전시로 ‘신성한 그리스도’에게 도전한(?) 두 작가를 전시장인 서울 종로구 화동 빛갤러리에서 만났다. 한없이 낮고 고통 받는 예수의 모습을 통해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것이 두 작가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두 분 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앙세계를 작품화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법한데요.

▽김병화=1994년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돌연 인천 강화에 둥지를 틀면서 예수의 존재,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예수상을 빚었습니다. 근데 예수가 아니라, 내가 보기엔 가롯 유다의 얼굴이에요. 더 이상 작업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선반 위에 있던 밀짚모자를 씌우니, 멋쟁이 상이 되더군요. 예수의 후광이 저것이 아닐까 해서 ‘밀짚광배’라는 말을 썼지요.

▽김병종=1980년대 강단에 섰을 때, 연일 학생들의 시위를 겪으면서 만약 지금 이곳에 예수께서 오신다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가르침을 주신다기보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베푸는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교회당이나 성당에 늘씬하게 모셔진 잘생긴 백인 그리스도가 아니라 한없이 낮은 모습의 예수를 그리게 되었죠.

―두 분의 작업 모두 파격적인 일이었지요.

▽김병종=얼마나 공격을 받았는지, 심지어 개인전 직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경을 헤맬 때도 제가 신성 모독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어요. 이번 전시에는 비록 구작(舊作)이지만, 당시에는 무서워 내놓지 못했던 미공개작들도 선보일 생각입니다.

▽김병화=밀대걸레 예수는 바보예수에 비하면 약과지요.(웃음) 특히 개신교에서는 조각을 우상이라고 금기시해 마음고생이 많았어요. 게다가 잘생긴 예수상도 아니고. 그런데 제 작품을 보신 강화의 한 목사님이 이런 예수님을 모셔야 한다고 교회당을 제 조각품들로 채우는 전시를 주선해 주셨어요. 조각상이 우상이 아니라 마음의 탐심이 우상이라 하시면서요.

▽김병종=참 좋은 말씀이네요. 예수는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 아니라 힘든 삶을 만져 주는 어머니 같은 분이지요. 오늘날 이렇게 찢기고 먹고살기 힘든 상황은 1980년대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고 봅니다. 신의 아들이었지만 살아가는 일의 고통과 슬픔을 체험한 인간의 아들이었던 예수는, 가장 높으면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 서 계신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분이지요.

▽김병화=저는 작품을 하면서 항상 그분과 함께한다는 충만감을 느낍니다. 제가 빚는 예수상은 크게 세 갈래죠. ‘밀짚광배 예수’처럼 우리와 가까이 있는 예수, ‘걸레예수’처럼 인간과 세상의 더러움을 정화해 주는 예수, ‘예수나무’처럼 끊임없이 주는 예수입니다.

두 사람은 대학 졸업 후 오래 보지 못하다가 이번 전시 때문에 만났다. 한 사람은 지방, 한 사람은 도시, 또 한 사람은 조각, 한 사람은 그림으로 작업 공간과 장르는 달라도 모두 예수의 인간구원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18∼30일. 02-720-225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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