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 고양시 일산구 호수공원 입구. 육교 한구석에 어린이들이 쭈그려 앉아 ‘달고나’ 뽑기에 몰두하고 있다. 한번에 500원. 별 모양을 잘라내는 데 성공한 한 아이가 새것을 공짜로 받아오자 돈이 떨어져 구경만 하던 아이들은 부러워 입이 딱 벌어진다. 1970년대 골목길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쫄쫄이’ ‘아폴로’ ‘달고나’…. 추억의 ‘불량식품’과 물건들이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물론이고 입에 쫄쫄이를 물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서울 종로거리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옛 불량식품’ 전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영민씨(24·서울 마포구 신수동)가 한몫을 했다.
정씨는 고등학생 때인 1990년대 중반부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털어 1970년대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나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을 돌아다녔다. 금요일엔 오후 7시 황학동에서 열리는 경매시장을 찾아갔고 평일엔 짬을 내어 경기도나 충청도의 재래시장이나 시골 초등학교 문구점을 찾아다녔다.
마침 ‘친구’(2001년), ‘말죽거리 잔혹사’(2002년) 등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오면서 당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마침내 2002년 10월 ‘깜부’라는 이름의 2평짜리 가게를 열어 ‘추억의 불량식품들’과 그동안 모아 놓은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더불어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에서 추억의 물건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깜부의 매출액은 한달에 1000만원가량으로 치솟았다. 현재도 ‘불량식품’과 양은 냄비, 도시락 등 70여 종류의 추억의 물건을 1000∼3만원에 팔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주로 “신기하다”며 달고나 세트 등을 많이 사간다. 30, 40대는 “옛날 생각이 난다” “지금 보니 새롭다”며 양은 냄비 등을 많이 사간다고 한다. 하지만 불경기 탓에 매출은 한창때의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정씨는 이달 중순부터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엄마의 낡은 사진첩’이란 제목의 전시회(12월 5일까지·031-230-3200)를 열고 있다. 그동안 모은 5000여점의 1970년대 물품들이 당시 구멍가게 극장 학교 등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에 전시되고 있다.
정씨는 “처음엔 쓸데없는 데 돈 낭비한다고 어머니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이제는 부모님도 자랑스럽게 여기신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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