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출생의 고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허리를 다쳐 평생 장애자로 살았다. 문학과 미술을 구원삼아 거기에 몰두했던 그는 원광대 미술교육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작품 활동은 고향을 중심으로 한 시기와, 1979년 서울로 옮겨와 아현동 굴레방다리 근처의 화실에 자리 잡은 시기로 구별된다.
고향풍경을 담은 초기작들은 원근을 제거한 평면적이고 양식화된 화면, 추상적인 면적 구성, 중성적인 색채 등으로 외부 대상을 통해 내면을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 시기의 활동은 도심 변두리의 삶에 초점을 맞춘 작가의 문명 비판론적 작업으로 이해된다. 지하철 공사장의 어수선한 풍경, 공사장 중장비들, 달동네 등을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화면으로 나열해 문명과 인간 본연의 삶간의 심리적 거리를 표현했다.
누드를 그리더라도 뒷모습만 포착한다든지, 짙은 어둠 속에서 세부가 지워진 실루엣으로 표현해 삶의 비애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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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샘터화랑 엄중구 사장은 “20년 전 손 화백과 약속한 도록 발간을 비로소 지키게 되었다”며 “격렬한 고통과 눈물 속에서도 자기 세계를 일군 한 천재 예술가의 그림을 통해, 추운 겨울에 희망의 에너지를 나눠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학생 5000원, 장애인은 무료.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 3시 작가와 교분을 나눴던 미술인들이 돌아가며 관람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3∼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02-735-0339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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