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목받는 신예 카운터테너 이동규(데이비드 리·26) 씨가 한국 무대에 선다. 그는 31일 오후 10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예술의 전당 제야음악회에서 헨델 ‘트럼펫을 울려라’,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중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등을 노래한다. 이 씨는 최근 캐나다 ‘ATMA’사에서 데뷔 가곡앨범을 녹음했고 2005년 시즌 오스트리아 빈의 포크스오퍼(국민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브리튼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중 주역인 오베론 역으로 출연키로 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카운터테너란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높이를 노래하는 남자 가수를 뜻하는 말. 이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명회합창단(현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에 입단하면서 노래와 인연을 맺었다. 3년 동안 발성의 기초를 충분히 다진 그는 중 1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열일곱 살 때 우연히 카스트라토(남자 거세가수)를 그린 영화 ‘파리넬리’를 보았지요. 무대 위에서 가수가 펼치는 카리스마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집에 와서 높은 음높이로 노래해보았어요. 글쎄, 성대 근육이 보이 소프라노 때의 발성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1년 동안 기성 카운터테너의 노래를 CD로 들어가며 독학으로 테크닉을 익힌 끝에 “믿을 수 없게도” 밴쿠버 음대에 합격했다. 1999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했고, 2000년 미국 아스펜 오페라단의 오페라 ‘골렘’(존 케스컨 작곡)에 주인공으로 등장해 찬사를 받았다.
그는 “카운터테너와 카스트라토의 전성기였던 바로크시대의 노래들도 아름답지만, 19세기 낭만주의시대의 예술가곡을 노래하는 데 더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데뷔앨범도 베토벤 ‘이 어두운 무덤 속에’ 등 예술가곡 위주로 짜였다.
올해 예술의 전당 제야음악회에는 이 씨 외에 피아니스트 강충모, 클라리네티스트 김동진 씨 등이 출연한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자정을 넘겨 새해를 맞고 불꽃놀이로 흥겨움을 더하는 콘서트다. 3만∼6만원. 02-580-1300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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