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데이트]‘극장예배’ 기획 3인방 “영화 만큼 즐거워”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7시 51분


고은아 씨가 남편 곽정환(오른쪽)씨와 동생 이재철 목사와 ‘극장 예배’를 갖게 될 서울극장 앞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하나님 말씀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기 위해 ‘극장 예배’를 갖기로 의기투합 했다. -박주일기자
고은아 씨가 남편 곽정환(오른쪽)씨와 동생 이재철 목사와 ‘극장 예배’를 갖게 될 서울극장 앞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하나님 말씀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기 위해 ‘극장 예배’를 갖기로 의기투합 했다. -박주일기자
극장에서 예배를 본다?

영화인 출신 고은아 씨(본명 이경희·합동영화㈜ 서울극장 대표)는 ‘극장 예배’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부푼 마음으로 올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고 씨의 남편 곽정환 씨(합동영화㈜ 서울극장 회장)와 동생 이재철 목사 역시 기쁨으로 충만해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고 씨는 “가족들이 뜻을 모아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9시 우리 극장에서 예배를 갖기로 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음악도 듣고 하나님 말씀에 감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예배는 다음달 27일 오후 9시 서울극장의 11개 상영관 중 가장 큰 제2관(902석)에서 열린다. 실력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뉴트리팝스오케스트라가 30분 동안 영화음악 팝송 찬송가 등을 공연한 뒤 이 목사가 1시간가량 설교할 예정이다. 누구든지 무료로 극장에 들어가 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 서울극장은 ‘극장 예배’가 있는 날은 평균 40∼5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는 제2관의 오후 8시 이후 영화 상영 2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이력이 독특한 세 사람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극장 예배’에 의기투합한 일은 요즘 교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 씨는 196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던 인기배우였고 곽 씨는 영화 제작과 극장업계 대부 중의 한 사람이다. 서울 강남에서 교회 건물도 없이 10년 만에 신자를 3000명으로 늘린 뒤 홀연히 떠났던 이 목사는 명설교로 이미 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고 씨는 “이 양반(곽 회장)이 어느 날 교회를 다녀온 뒤 전도하는 데 극장을 사용하자는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하지만 나도 10년 전 라디오 선교방송을 그만두면서 10년 후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곽 씨는 “25년간 극장 사업을 하면서 극장을 전도에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극장 예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며 “하지만 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사가 설교를 맡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것 같아 걱정하던 중 ‘이 목사님’이 떠올라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예능교회 장로를 지낸 곽 씨는 신자들은 목사를 잘 모셔야 한다면서 처남을 연방 ‘이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이 목사는 ‘주님의 교회’ 담임목사 시절 서울 정신여고에 강당을 지어주고 주일에만 이를 빌려 예배를 보다가 1997년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으며 3년 만에 귀국해 화제가 됐다. 그는 귀국 후에도 평신도로 교회에 다니면서 주일학교 중고교생을 지도하고 글을 통한 선교에 전념해 왔다.

이 목사는 “누님과 자형께서는 매주 ‘극장 예배’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제 능력에 부친다고 생각해서 한 달에 한 번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값비싼 물건을 사면 사용설명서를 열심히 읽어 보면서도 하나님이 제시한 ‘인생 사용설명서’나 다름없는 성경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극장을 자주 찾는 젊은이들에게 살아가는 데 지혜가 될 만한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 씨 부부는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예배 참석자들이 늘어나면 예배과정을 촬영해 다른 극장으로 ‘영상 예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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