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朴婉緖·73·사진) 씨. 고향인 개성에서 살았던 시절을 그리며 자전적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년 작)를 썼던 박 씨에게 개성은 특별한 존재였다.
박 씨가 고향을 떠난 지 반세기 만인 28일 북한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SJ(에스제이)테크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고향인 개성시내로 들어갈 것이란 부푼 기대를 안고서. 준공식이 끝난 뒤 박 씨는 공장이 위치한 봉동리를 떠나 개성시내 관광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개성관광 행사는 취소됐다. 북측이 시내 진입로 도로공사 실시를 이유로 시내관광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더라도 시내를 딱 한 번만이라도 돌아봤으면…”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다녔던 호수돈 고녀(여고)를 떠올렸다.
“호수돈 고녀 건물이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 화강암으로 지어진 아주 아름다운 건물이었는데….”
개성공단 시범단지는 개성 시내에서 10여 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박 씨의 기억 속에는 봉동리로만 남아 있다. “이곳이 개성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가 “곧 개성관광이 시작되면 언제든지 방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자, 박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 “기왕이면 봄에, 파릇파릇할 때 왔으면 좋겠다.”
개성=공동취재단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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