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불멸에의 소망 때문일까. 1950∼60년대 전 세계의 오페라극장을 음성의 불꽃으로 연소시켰던 전설적인 명가수들이 최근 잇따라 ‘후일담’을 전해왔다.
먼저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 따스한 음성으로 듣는 이에게 내면의 은밀한 불을 자연스레 전해주었던 그는 신년을 열흘 남짓 앞두고 산마리노 자택에서 82세로 별세했다.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더 눈이 크게 떠지는 뉴스는 테발디의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게서 왔다. 그와 절친했던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가 최근 충격적인 발언을 던진 것이다. “칼라스는 독살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1977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칼라스는 미심쩍은 고향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옛 오페라 스타 뉴스의 청일점인 테너 주제페 디 스테파노가 있다. 최근 케냐에서 평온한 말년을 보내던 그의 집에 강도가 침입했다. 83세나 된 스테파노는 아내의 목걸이를 빼앗으려는 강도들을 제지하다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다. 수술 경과가 좋다니 다행이다.
한 세대 후배인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기뻐했을 것이다. 올해 은퇴할 예정인 파바로티는 최근 “스테파노는 나의 완벽한 모델이었다. 그의 노래를 따라하면서 올바른 테크닉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스테파노와 가장 자주 호흡을 맞추었던 칼라스도 기뻐했을 것이다.
세 오페라 스타 여러분, 우리가 당신들을 잊을까 봐 한꺼번에 소식을 전해오셨나요? 염려 마세요. 우리가 당신들을 잊을 리 있나요. 특히 칼라스 씨, 여기 한국에서도 매일 당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걸요. 두 여인이 눈을 치켜뜨고 주먹을 불끈쥔 채 노려보는 신용카드 광고에, 당신이 노래하는 조르다노 오페라 ‘앙드레아 셰니에’의 아리아가 등장한답니다.
저런, 테발디 씨, 눈 끝에 이슬이 맺히시는군요. ‘그것 봐, 나는 항상 칼라스의 빛에 가려져왔어’라고요? 저는 당신의 따뜻한 노래를 더 좋아한답니다. 진심이에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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