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겨울 하늘에 콩멍석을 뿌려놓았을까. 와글와글 하늘마당에 떼 지어 나는 철새들의 군무를 보며 넋이 나간 적이 있다. 누가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일제히 날아가다가 홀연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오는 철새들. 혹시 제식훈련에 익숙하지 않은 새들이 어깨를 부딪쳐 떨어지지는 않을까? 성냥갑 하나 주머니에 넣고 새 주우러 가야겠다고 하니, 철새 도래지에 사는 어느 시인이 그런 일은 없다고 손을 젓는다.
하늘은 아무 데도 가지 않으나 모든 곳에 도달해 있고, 비어 있으므로 만물을 싣는다. 도토리깍정이조차 비어 있을 때 한 방울 빗물을 제 가슴에 담을 수 있거늘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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