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 만화가 데릭 커크 김(김지훈·30·사진) 씨가 미국 만화계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 공영방송 NPR가 11일 전했다.
그가 2002년 종이책자로 발간한 첫 작품 ‘같으면서 다른(Same Difference)’은 초기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감각적이고 유머로 가득 찬 작품들은 곧 미국 만화계를 평정했고 잇달아 최고상을 수상했다.
8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한 그는 만화계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상을 모두 거머쥐며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2003년 이그나츠 상의 촉망받는 신인 부문, 2004년 아이즈너 상의 주목할 가치가 있는 인물 부문, 2004년 하베이 상의 최고신인 부문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자 출판업체인 톱셸프는 ‘같으면서…’를 절판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말 다시 출판했다.
그는 2000년 발표한 ‘같으면서 다른’과 다른 단편 작품을 모아 자신의 인터넷 웹사이트(www.lowbright.com)에 ‘같으면서 다른,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친구 사이인 낸시와 사이먼이라는 20대 한국계 이국인을 통해 미국에서 사는 한국계의 삶, 미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예컨대 “동양의 묘미가 무엇일까”라는 사이먼의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받은 낸시가 사이먼의 팔뚝을 입에 물고 “바로 알아보자”고 답하는 형식으로 유머를 담아내기도 한다. 미국 만화계는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두고 ‘아시안-아메리칸(아시아계 미국인)’ 문화의 신선한 새 목소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또 만화 형식을 취하면서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NPR가 그를 미국 만화 산업계의 ‘떠오르는 스타(rising stars)’ 중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만화가(cartoonist)’가 아니라 ‘그래픽 소설가(graphic novelist)’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수십 개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타임은 당시 “다양한 스타일과 미묘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시각을 갖고 있는 그의 미래가 밝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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