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흥 대한변협 신임 회장 “변협, 권력 비판-감시 강화할 것”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58분


대한변호사협회는 2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천기흥(千璣興·62·사시 8회·사진) 변호사를 43회 회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천 회장은 “변협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 한다면 소금이 짠맛을 잃은 것과 같다”고 밝혀 현 정부에 대한 변협의 태도가 현저하게 변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현 정부에 대한 변협의 태도 변화는 오래전부터 예상됐지만 이날 취임 후 천 회장의 비판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 집단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방식은 개혁이라 할 수 없다”며 “법조일원화, 국민의 사법참여, 법률시장 개방 등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국민을 위한 사법 개혁이 아니라 특정 집단을 위한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로스쿨 도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서울변회 회장 시절부터 로스쿨 도입을 적극 반대해 온 천 회장은 “변호사 대량 생산이라는 은폐된 목적을 위해 미국식 로스쿨을 이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변호사 대량 생산으로 변호사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경우 양질의 법률서비스도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회장은 이와 함께 ‘대법관 제청’과 관련한 시민단체 등의 의견에 대해서는 “판결 몇 개 이상하게 썼다고 해서, 젊다고 해서, 여성이라서 대법관이 돼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는 반대한다”며 “20년 이상 법조계에 몸담고 있으면 누가 적격인지 다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협 회장 자격으로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9명의 새 대법관 인선을 위한 제청자문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

천 회장은 1943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육군 법무관을 거쳐 1973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으며 사법연수원 교수, 법무부 섭외법무심의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과 총무부장을 지낸 뒤 199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3년에는 2년 임기의 서울변회 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해 왔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5명의 변협 부회장에는 유정주(柳正珠·서울회) 조영진(曺永進·수원회장) 서정석(徐正石·대구회장) 황익(黃翼·부산회장) 이정희(李淨熙·광주회장) 변호사가 선임됐다. 10명의 상임이사에는 오욱환(吳旭煥·총무이사) 서석호(徐石虎·재무이사) 민경식(閔京植·법제이사) 하창우(河昌佑·공보이사) 황보영(黃寶榮·국제이사)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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