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수의학과에 입학한 지 25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김상옥 씨(43)는 1981년 5·18민주화운동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무기정학을 받고 군에 입대했다. 김 씨는 제대 후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했다.
그러다 2000년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몸져 눕자 마지막 효도를 한다는 심정으로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복학한 지 3년째 되던 해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졸업장은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20년 만에 다시 시작한 학업은 의외로 재미있었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주말과 방학에는 일용직 노동을 계속하고 부인도 봉제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있지만 학비와 생활비로 진 빚이 아직 2000여만 원이나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올해 고3이 되는 아들에게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흐뭇하다”며 “앞으로 유기농 먹을거리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최연소 졸업자인 한혜민 씨(20·사범대 국민윤리교육학)는 2001년 15세의 나이로 합격해 당시 역대 최연소 합격자로 기록됐던 인물.
그에겐 학창시절 ‘최연소’ ‘최고’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1997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한 씨는 6개월여 간의 독학 끝에 같은 해 8월 중학과정 검정고시에서 부산지역 최연소 및 최고득점자로 합격했다.
한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를 많이 접하고자 실업계 고교로 진학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도사’로 불렸던 한 씨는 4학년 때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을 따는 등 초중고교 시절 모두 7개의 정보통신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3년 내내 전교 1등을 차지했던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400점 만점에 391.3점을 받아 서울대 특차전형에 합격했다.
학교를 다니며 모 대입전문 학습지 강사로도 활동했다.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한 씨는 “인터넷문화 등 컴퓨터와 윤리학을 잘 활용해 정보통신 윤리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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