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베트남 참전용사 김병렬 씨 ‘희망의 질주’

  • 입력 2005년 3월 11일 17시 13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병렬 씨가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전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풀코스에 도전한다. 이종승 기자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병렬 씨가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전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풀코스에 도전한다. 이종승 기자
“20만 고엽제 피해 전우들아 힘내라.”

‘베트남 참전 용사’ 김병렬(60) 씨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고엽제로 고통 받는 전우들을 위해 ‘희망의 레이스’를 펼친다.

김 씨는 1967년부터 1년간 백마부대 포병 무전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2년 전부터 고엽제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온몸에 흰 반점이 생기는 데다 언어 장애는 물론 오른쪽 반신 마비가 와 거동이 불편할 정도. 2002년 6월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학창시절 육체미를 해 탄탄했던 김 씨의 몸은 금세 시들었다.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매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근처 공원이나 인근 헬스클럽에서 2시간씩 달리기를 시작했고 이후부터 조금씩 기력을 찾고 있다.

“달리니 혈액순환이 잘 돼 마비가 풀렸어요.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오른팔과 다리를 예전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김 씨는 고엽제로 고통 받고 있는 전우들에게 ‘우리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하지만 김 씨의 달리기 속도는 시속 7km 정도의 속보 수준.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적어도 6시간은 걸린다.

“올해부터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참가자 기록 제한을 없앤다고 해 기뻤습니다. 솔직히 레이스 도중 회송 버스에 타야 할 겁니다. 하지만 회송 버스에 타는 순간까지라도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쳐 전우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고 싶습니다.”

외환위기 때문에 사업 실패로 어려운 생활을 하던 김 씨는 그래도 동료들에 비해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2003년 고엽제 피해자 판정을 받아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엔 20여만 명에 이르는 고엽제 피해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을 받은 경우는 아주 드문 실정입니다. 그래서 고엽제 피해 전우 중에는 자포자기하고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김 씨가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또 다른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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