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임권택 감독 “100번째 하도 들어 환장허겄소”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31분


《임권택(69)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 ‘천년학(千年鶴)’으로 결정됐다. 이 영화는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 ‘선학동 나그네’를 토대로 한 것.

전라남도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이복 오빠의 이야기를 담은 ‘선학동…’은 이청준의 또 다른 소설 ‘서편제’의 뒷이야기에 해당된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는 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음으로써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은 임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점을 감안해 제작비의 일부를 국민주 모금방식으로 마련할 것을 검토 중이다.》

22일 임 감독을 만났다. 그는 “사람들이 하도 100번째, 100번째 하고 노래들을 불러 내가 정말 환장할 지경이오. 100번째 영화라고 그 지경의 실력이 갑자기 나아지겠어? 그냥 살아온 대로 되는 것이지”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젊은 시절의 임권택 감독(오른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편제’ 이후 마음에 계속 부담이 남았어요. 이청준 선생의 몽환적인 세계를 그려보려 욕심을 냈는데 당시엔 기술이 모자라 엄두가 안 났지요. ‘서편제’ 뒷얘기나 할 거면 영화 만들 생각을 아예 안 했을 거요. 아주 새로운 걸 보여줘야지.”

최근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선학동…’의 영화화를 결심하게 됐다는 임 감독은 CG를 사용해 소설 속에서 학(鶴)이 비상하는 아름다운 장면 등을 영상으로 재현할 계획. 그는 “‘춘향뎐’에서 사또의 행차 장면이나 ‘취화선’에서 장승업이 불가마 속으로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을 CG로 처리했는데 전문가들조차 알아채지 못해 용기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촬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총 4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전남 광양군 매화마을과 장흥군에 모두 네 채의 초가집을 지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주 투자를 맡게 될 이 영화의 제작비(순제작비)는 40억 원 안팎.

현재 임 감독은 원작자이며 영화의 시나리오도 맡을 이청준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1993년 영화 ‘서편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96년 ‘축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동작업. 시나리오가 마무리되는 대로 캐스팅에 들어가 이르면 5월 중 촬영에 들어간다.

“조승우를 ‘하류인생’에 이어 또 다시 주연으로 쓸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임 감독은 구체적 답변 대신 “그 아이가 (연기를) 아주 잘 해요. 아주 잘 하는 아이야”라고만 답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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