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선을 타고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에서 건너온 송영화(22·여) 씨의 목소리는 밝고 씩씩했다. 송 씨는 건양대 의대를 휴학하고 지난달 말 4개월 일정으로 이곳으로 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복지회관에서 자원봉사를 하셨어요. 그걸 보면서 나도 남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세계청년봉사단에 지원하게 됐고 드디어 제가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만났습니다. 빈민촌의 병원에서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제게 아주 자연스러워요.”
그는 수도 아스마라의 빈민가에 세워진 고다이프 병원에서 일한다. 이 병원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KIFHAD)의 지원으로 문을 열었다.
송 씨는 아직 학생인 까닭에 의약품 정리와 사용법 안내, 약국업무 보조 등의 일을 한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초등학교로 보건교육도 나간다.
그는 “한국에서 좋은 약과 장비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멀리까지 나서 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항구도시 마사와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3평 남짓한 돌담집에 서너 가구가 함께 살아 위생상태가 형편없고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으면서도 인형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는 에리트레아의 현재를 체험하고 있다.
송 씨는 다음 달 독립기념일에 현지 친구들과 함께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퍼레이드에 참여할 계획이다.
“학업을 마친 뒤 임상 경험을 쌓아서 아프리카에 꼭 다시 돌아오려고 해요. 20세기 초 중국에서 활동하던 노먼 베순처럼 열정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의사가 되고 싶어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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