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노촌 이구영(老村 李九榮·85·사진) 옹의 글씨를 모은 ‘글로써 벗을 모으고-노촌 이구영 글씨전’이 11∼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시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충북 제천 출신인 노촌은 명문 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한학과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 6·25전쟁 때 월북했다. 그 뒤 1958년 공작원으로 남파됐다가 검거돼 22년간 장기수로 복역 후 1980년 출소했다.
이번 전시는 노촌이 1980년 한문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이문학회(以文學會)’를 거쳐 간 제자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것. 노촌은 “친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제자’나 다름없는 이들은 1975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 만난 신영복(申榮福) 성공회대 교수, 심지연(沈之淵) 경남대 교수 등이다.
이문학회는 논어의 ‘이문회우(以文會友·글로써 벗을 모은다)’에서 따왔다. 지금까지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신경림 시인, 김영복(金榮福) 문우서림 대표, 사진작가 김문호(金文豪) 씨, 소설가 기자 등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여기서 공부했다.
매주 월, 목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한옥에서 열리는 이문학회에는 요즘도 20여 명이 모여 한문 공부를 한다. 김영복 대표는 “그의 삶에서 한국현대사의 무게와 역경 속에서도 잃지 않은 부드러움과 여유를 배웠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訥言敏行(눌언민행·말은 더디게 하고 실천은 민첩하게 하라)’ ‘戒溢淸德(계일청덕·넘치는 것을 경계해 맑은 덕을 지켜라)’ 등 지혜를 담은 노촌의 글씨 80여 점을 비롯해 서예가 고 이가원(李家源) 씨와 신영복 교수 등의 글씨 7점도 함께 전시된다. 02-766-8269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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