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진 씨가 2002년 한국 최초의 원전 연주 앙상블 ‘무지카 글로리피카’를 창단했고, 그 자신은 지난해 창단된 원전 연주 오케스트라 ‘콜레기움 무지쿰 한양’의 음악고문을 맡아 첫 연주회를 지휘하기도 했다. 형인 첼리스트 빌란트, 동생인 플루티스트 바르톨드 등과 24, 25일 ‘쿠이켄 앙상블’ 첫 내한연주를 갖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여덟 살 때인 1952년 처음 원전악기 연주를 시작하셨는데요, 그 나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우리 가족은 한적한 시골에 살았어요. 어느 날 친지 한 분이 ‘여름 악기 코스’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옛 민속 현악기를 제작해 연주하는 거였죠. 빌란트 형과 함께 이 행사에 참가했고, 나중에 브뤼주 음악원에서 현대 바이올린을 공부하면서도 독학으로 옛 악기의 연주법을 연구했습니다.”
―전후(세계 제2차대전) 원전 연주계의 1세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데, 그중에서 나이가 어린 편입니다만….
“대략 50년대 후반부터 같은 길을 가는 연주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가 이끄는 ‘콘첸투스 무지쿠스’가 있었고, 프란스 브뤼헨과 안너 빌스마 등도 그 뒤 활동에 들어갔죠. 우리는 문헌과 실습을 통해 서로 알아낸 것을 공유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내한에서는 ‘서울 국제 바흐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5일 오후 7시 반 영산아트홀에서 바흐 ‘음악의 헌정’ 등을 연주하고, 이에 앞서 24일 오후 8시에는 호암아트홀에서 ‘서울 국제 고음악 페스티벌’의 하나로 ‘라 폴리아’ 등 비발디 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바흐와 비발디를 연주하는데 큰 차이가 있습니까?
“기술적인 면에서는 흔히 상상하는 것만큼의 차이는 없습니다. 바로크 말기에 현악 연주법은 이미 지역적인 차이가 사라지고 ‘이탈리아 방식’과 ‘프랑스 방식’의 두 갈래로 나뉘어 통일됐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입양한 딸 에바(32)가 벨기에 법무부에 근무하고, 아들 시몬(29)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족의 전통에 따라 음악 공부를 시키지는 않았나요?
“물론 시켰죠. 둘 다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지는 않더군요. 지금 그 아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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