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254차례 ‘헌혈왕’ 임종근씨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8분


임종근 씨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건강한 혈소판을 만들기 위해 매일 새벽 20km 거리를 뛰어서 출근한다. 사진 제공 인천시교육청
임종근 씨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건강한 혈소판을 만들기 위해 매일 새벽 20km 거리를 뛰어서 출근한다. 사진 제공 인천시교육청
“이왕 드리는 피라면 최대한 건강하게 만들어 드려야죠.”

어린이 백혈병 환자들에게 나눠 줄 건강한 혈소판을 만들겠다며 매일 새벽 20km를 뛰어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인천시교육청 혁신복지담당관실에 근무하는 임종근(林鍾根·47) 씨. 그의 헌혈 ‘기록’은 27년 동안 무려 254회에 이른다.

임 씨는 처음 헌혈을 결심한 날을 아직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1978년 3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초등학교만 마친 후 전기용접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남들만큼 살지 못한다는 서글픔으로 갈등이 많았던 임 씨가 마음을 기대 찾아간 곳은 집 근처의 성당이었다.

“수녀님 한 분이 제게 ‘몸 건강하니 복 많은 사람’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성당을 나서는데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아주머니가 리어카를 끌며 배추장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천주교 신자가 되면서 평생 실천할 한 가지 의무로 임 씨는 “헌혈을 많이 해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켰을 뿐이니 누구에게 칭찬받을 얘깃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스물한 살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켜 온 임 씨는 1994년부터는 한 달에 두 번씩 혈소판 헌혈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의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백혈병 환자들에게 자신의 건강한 혈소판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 뒤부터다. 임 씨는 하루 1500원씩 아낀 교통비를 따로 모아 어려운 이웃 노인들에게 매달 쌀 한 가마니를 마련해 드리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헌혈자 대축제’에서 임 씨를 비롯한 16명의 헌혈봉사자를 표창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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