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1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29일로 꼭 10년.
당시 무너진 백화점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10일 이상 배고픔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견디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세 사람이 구출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생명의 고귀함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주인공들은 11일째 구출된 최명석(30) 씨를 비롯해 유지환(27·여·13일째), 박승현(29·여·17일째) 씨.
당시 20세 대학생이던 최 씨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자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최 씨의 예비 신부는 사고 후에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은 박승현 씨의 고교 동창으로 지난해 박 씨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최 씨는 2000년 GS건설에 특채돼 재개발재건축기획팀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다.
“사고 전과 후,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생각이 많아진 ‘애늙은이’가 된 거예요. 그 전에는 정말 생각 없이 살았거든요. 사고 뒤 너무 생각이 많아져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했을 정도였어요.”
20대 초반이었던 최 씨는 ‘내일 당장 죽을 수 있는 게 인생인데 열심히 살아서 무엇하리’라는 비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7년 해병대 입대를 자원했다.
“몸을 괴롭게 해서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잊고 싶었어요. 2년여 간의 군복무 후 사고 기억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입사 후 영업부서에서 근무했던 최 씨는 2년 전 현재 근무하는 팀에서 일하고 싶다고 회사 측에 정식 요청했다. 부실공사의 끔찍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최 씨는 직접 재건축공사 현장에 있으면서 건물이 제대로 지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자리에는 현재 29∼3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서 있다.
최 씨와 달리 박 씨와 유 씨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 인터뷰 자체가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사고 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일하다가 2000년 그만둔 후 서울에 살고 있고 유 씨는 2002년 결혼해 경기 의정부시에서 살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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