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사장은 “정말 죄송합니다. 유한킴벌리의 주요 해외 파트너인 킴벌리클라크사(社)가 북아시아 법인을 책임져달라고 해서 장관직을 맡기가 곤란합니다”며 완곡히 고사했다.
그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직(公職)은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기업경영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문 사장은 청와대로부터 몇 차례 ‘러브 콜’을 받았지만 기업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었다.
대신 그는 2004년 초부터 대통령직속의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회 위원장(비상근)을 맡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동아일보와 한국IBM BCS가 공동선정한 ‘2005년 존경받는 한국의 3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대상(大賞)을 받았다.
삼성전자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기업. 하지만 이처럼 강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존경받는 30대 기업’의 평균 이직률이 4.77%인 반면 유한킴벌리는 0.3%로 현저히 낮다.
장애인 고용비율은 30대 기업의 5배에 이르고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투자액은 30대 기업(0.24%)의 4배인 0.97%. 매출액 대비 환경투자액은 1.2%로 30대 기업(0.45%)의 3배다. 최근 3년 동안 어떤 법규든 간에 한 건도 어긴 게 없다.
“이익만 내는 경영은 의외로 쉽습니다. 하지만 직원을 쥐어짜고 환경을 해치며 납품회사를 희생시키면서 이익을 내는 회사는 결코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문 사장의 이런 노력이 하루아침에 빛을 발한 것은 아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의 산물(産物)이었다.
“1984년 마케팅본부장을 맡으면서 거래처에 술 접대나 골프 접대, 리베이트 제공 같은 것은 하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장 매출이 10%나 뚝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영업사원과 관리직 생산직까지 힘을 합쳐 7, 8개월 동안 슈퍼마켓과 대리점 약국 등을 돌아다니며 판로를 다시 개척했습니다.”
1995년 사장에 오른 뒤 ‘정도(正道)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라는 숲 가꾸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후원과 자선 골프대회 후원 사업을 모두 중단했다.
이 회사 생산 직원들은 1년에 절반인 180일을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186일(공휴일 포함)은 쉰다.
문 사장은 “처음엔 직원들이 노는 데 바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 사회봉사 활동도 하고 결국은 자발적인 회사 내 학습조직이 만들어지더군요. 제안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생산성은 껑충 뛰었습니다”고 말했다.
1996년 이전에는 노사분규가 치열했지만 지금은 노사가 깊은 신뢰를 갖고 경영에 협조하고 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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