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까지 주한 일본대사관 정치부에서 근무한 그는 “한국과의 인연을 살려 두 나라의 거리를 좁히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네다 사무관은 서울 연수 중 ‘대학생 모의유엔총회’에 한국 대표로 나섰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2002년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 측 통역을 맡은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서로 기질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에서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을 전문으로 삼는 ‘코리안 스쿨’은 60∼70명. ‘아메리칸 스쿨’ ‘차이나 스쿨’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지만 한반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똑똑한 신입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에노모토 나쓰코(가本奈津子·29·국제정보관실) 사무관은 전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떼밀려’ 한국 전문이 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요즘은 경쟁률이 3 대 1을 웃돌 만큼 인기가 높다는 것. 도쿠모토 가오리(德本香·32·북미국) 사무관은 “이웃 나라인 한국을 잘 아는 것은 직업 외교관으로서 경력 관리에도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한국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 근무 당시의 경험담을 화제로 얘기꽃을 피운다.
2002년 가을까지 주한 일본문화원에서 일한 쓰보타 가오루(坪田薰·32·보도과) 사무관은 양국의 각종 회담에 여러 차례 통역으로 나선 베테랑이지만 지금도 매주 한두 차례 한국어 동시통역 과외수업을 받는다. “역시 외국어인 터라 조금만 소홀히 하면 발음이 꼬이더라고요. 언제 다시 서울에 부임할지도 모르고, 한국 친구들과도 계속 만나야 하니 한국말을 멀리할 수 없지요.”
‘여성 외교관 4인방’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쉽지 않은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양국 관계의 미래가 밝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10년, 20년 단위로 보면 예전엔 상상조차 못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잖아요. 주가로 치자면 대세 상승 국면이라고 할까요.” 가네다 사무관의 얘기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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