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네 가족 일곱 명이 지난달 사용한 전기는 약 60kW. 요금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절전왕(節電王)’ 오 씨는 최근 에너지시민연대 홈페이지에 마련된 ‘명예의 전당’에 처음 입성했다.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53)과 5남매에게는 절약이 곧 생활이다.
남편은 전기료를 물어야 하는 TV 시청보다는 텃밭 가꾸기를 즐겨 하고, 아이들은 2, 3km는 너끈히 걸어 다닌다.
“전기를 아끼려고 가전제품 플러그를 다 뽑아 뒀어요. 전기모기향 대신 모기장, 선풍기 대신 부채질, 세탁에 사용한 물은 목욕탕 청소에 재활용, 겨울에는 내복 입기….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아요. TV는 거의 안 봐요.”
반찬은 그날그날 조금씩 만들어서 먹고 냉장고에 두지 않는다. 14년 된 410L짜리 냉장고에는 12일 고등어 한 마리와 마른 오징어 다리가 덩그러니 들어 있다고 했다.
다리미는 26년 됐고, TV는 19년째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왜 그렇게 궁상맞게 사느냐’고 타박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얘기했어요. 물고기들의 떼죽음, 산성비…. 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니까요.”
충북 보은군 산골짜기에서 태어나고 자란 오 씨는 친정아버지로부터 ‘절약정신’을 물려받았다.
방앗간 주인이었던 친정아버지는 발동기를 돌리는 데 사용한 물로 발을 씻고, 발을 씻은 물로 양말을 빨게 했다. 오 씨가 이런 습관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이렇게 아끼고 사니 큰 부자가 아니냐고요? 애들이 다섯이라 저축은 못하고 살아요. 둘 정도 키우면 될 돈을 쪼개서 다섯을 키우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 제가 부채질해 드릴게요’라고 할 땐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쑥쑥 자라난다는 거 아세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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