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증산도 道典번역하는 러 학자 3인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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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도 경전인 ‘도전’의 러시아어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3인의 러시아 학자. 왼쪽부터 빅토르 아크닌 박사,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교수, 루스 블라디슬라프 씨. 대전=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증산도 경전인 ‘도전’의 러시아어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3인의 러시아 학자. 왼쪽부터 빅토르 아크닌 박사,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교수, 루스 블라디슬라프 씨. 대전=윤정국 문화전문기자
“러시아에는 주역, 논어, 도덕경 등 동양의 많은 고전이 번역돼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도덕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요. 한국의 증산도 경전인 ‘도전(道典)’ 역시 도에 관한 책이어서 번역돼 나오면 러시아인들이 큰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번역 책 제목에도 ‘Dao(도의 영어식 표기)’란 이름을 달겠습니다.”

러시아 학자 3명이 삼복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증산도 ‘도전’의 러시아어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 민족문화의 러시아 수출을 위한 산파역을 맡아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주인공들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한국역사학과 세르게이 쿠르바노프(42) 교수, 같은 대학 어문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증산도사상연구소 연구원으로 와 있는 빅토르 아크닌(53) 박사, 러시아에서 유학 와 지난해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루스 블라디슬라프(35) 씨.

27일 오전 대전 대덕구 중리동 증산도교육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유창한 한국어로 올해 안에 완료되는 증산도 ‘도전’의 사상과 그 번역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놨다.

19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한국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5년 이후 10년째 ‘한국의 사상과 종교’를 가르치고 있는 쿠르바노프 교수는 “1993년 한국 방문 때 동학과 증산도를 접한 뒤 지속적으로 이를 연구해 왔다”며 “앞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증산도의 개벽사상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테마”라고 말했다. 학기 중엔 인터넷으로, 방학이 되면 직접 한국을 찾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종교사상의 정수(精髓)를 담고 있는 증산도의 ‘도전’이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되면 이를 통해 한국의 전통사상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11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학자로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아크닌 박사는 “증산도 ‘도전’은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의 역사와 사회상뿐 아니라 언어, 풍속, 지리 등을 담고 있는 한국문화백과사전으로 외국인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이만큼 좋은 자료도 없다”면서 “처음 보는 사투리와 한자어를 접하는 일도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블라디슬라프 씨는 “‘도전’에 한국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점은 있지만 그리스도교를 비롯해 세계 어느 종교도 초창기에는 그런 요소가 있었다”며 “지구촌시대엔 오히려 그런 독특한 점이 더 잘 먹힐 수 있다”고 말했다.

증산도는 세계 종교로 발돋움하기 위해 15년 동안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로 ‘도전’을 번역했으며 올해까지 러시아어 번역을 마칠 계획이다.

대전=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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