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일드라마 ‘어여쁜 당신’(극본 박정한·연출 이정섭)이 후(後)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초반 10%에 머물던 시청률은 16일 26%(TNS 미디어 코리아)까지 상승해 경쟁 드라마인 MBC ‘굳세어라 금순아’(30.2%)를 위협하고 있다.
후폭풍의 진원지는 이혼 후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인영(이보영)의 재혼을 둘러싼 갈등. 아이를 갖지 못해 이혼을 당한 인영은 새로운 연인 재민(이창훈)과 재혼을 준비하던 중 전 남편 기준(김승수)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요즘 ‘인영은 재민을 선택해야 한다’, ‘기준과 재결합해야 한다’ 등 시청자들의 논쟁이 한창이다.
●“처음에는 인영 이해 못 했어요”
논란의 주인공 ‘인영’역의 이보영(26)을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에서 만났다. 인영은 극중 여성스럽고 순종적인 이미지와 달리 말 한마디 한마디가 똑 부러졌다.
“솔직히 처음에는 인영이를 이해 못했어요. 기준이가 멋진 남자지만 시어머니 구박도 심하고 인영이 집안을 무시하는데…‘왜 내가 굽히면서 이 집안에 들어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저와 떨어뜨려 놓고 봤어요.”
신세대다운 솔직한 모습이다. 지금 상황에서 ‘인영’이 아닌 보영은 어떻게 행동할까?
“저 같으면 기준이나 재민 둘 다 선택 안 할 거예요. 기준이는 딴 사람과 결혼했잖아요. 저를 버리고 결혼한 거 용납할 수 없어요.(웃음) 지금 남아 있는 사람(재민)한테는 아기 때문에 미안해 못 갈 것 같고요.”
그래도 인영으로 8개월간 살아서일까? 그녀는 이제 인영이를 이해할 수도 있고, 타인을 사랑하는 자세도 변했다고 말했다.
“인영이가 유산을 하면서부터 역할에 몰입하기 시작했어요. ‘얘가 힘들겠구나’, ‘이런 상황이면 이혼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등 갈등이 이해되면서 연기도 좋아졌어요.”
2003년 SBS 드라마 ‘백수 탈출’에서 악역 차미림으로 데뷔한 그녀는 현재 서울여대 국문과 대학원 휴학 중이다. 대학교 4학년 때 광고 에이전시를 하는 학교 선배의 권유로 CF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연예계 입문 계기. 과거 파리바게트 광고에서 정우성 등에 업혀가던 여자가 그녀란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복 터졌죠. 감사해야죠.”
정우성뿐 아니라 원빈과 신하균(영화 ‘우리 형’), 이창훈과 김승수 등 두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역을 주로 맡았다.
“제가 역할마다 이미지를 쉽게 바꿔서인지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요. 이목구비도 작은 편이라서요.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악역 할 때는 못돼 보인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요. ‘우리 형’에서는 맹해 보인다는 소리도 들었는데요.(웃음)”
연기자로 본격 시험대에 오른 그녀의 미래는 어떨까?
“처음 1년은 멋모르고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연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걸 깨고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극중 인영이도 점점 강해지고 있는 걸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그녀의 가방 속을 흘낏 보니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소설 ‘오 자히르’가 담겨 있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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