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쪼개 법학공부…시각장애인 노광호씨 대학원 졸업장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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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는 나이나 눈보다도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1급인 노광호(盧廣鎬·55) 씨는 22일 가족과 함께 대학원 졸업식장에 참석해 석사모를 쓸 일이 꿈만 같다.

그의 머릿속에는 50세가 넘은 나이에 건국대 행정대학원 국제법무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주경야독하며 공부했던 3년 6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노 씨는 “밤에 졸면서 리포트 쓰고 지하철에 점자 책을 가지고 다녔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나 자신이 참 뿌듯하다”고 감회를 말했다.

5세 때 천연두를 앓다가 시력을 잃은 그는 30세부터 자신과 처지가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해 왔다. 그는 지금도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의 운송 수단을 제공하는 해피콜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노 씨는 일반인도 공부하기 힘들다는 법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노 씨는 “경력에 비춰볼 때 사회복지사 공부가 쉬웠겠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부가 뭘까 고민한 끝에 법 공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당시 시각장애인을 상담한 결과 집세와 채무 관계에서 사기를 당한 경우가 많았던 것. 앞이 보이지 않고 법에 무지하다는 점을 악용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사기꾼들도 생겨났다.

노 씨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헌법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썼다. 학점은 4.5점 만점에 4.33.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지쳐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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