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계 ‘미다스의 손’ 쇼박스 김우택 대표 인터뷰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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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말아톤’에 이어 하반기 ‘웰컴 투 동막골’로 잇따라 ‘대박’을 떠뜨리며 최고의 흥행승부사로 자리를 굳힌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김우택 대표. 원대연 기자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말아톤’에 이어 하반기 ‘웰컴 투 동막골’로 잇따라 ‘대박’을 떠뜨리며 최고의 흥행승부사로 자리를 굳힌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김우택 대표. 원대연 기자
도박사 중에서도 이런 도박사는 드물 것 같다. 손대는 작품마다 ‘안타’도 아니고 ‘장외 홈런’을 쳐버리는 사람 말이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김우택(41) 대표.

쇼박스가 지난해 투자 배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을 넘어 역대 국내 최다관객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올해는 ‘말아톤’(관객 518만 명)으로 상반기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또 ‘웰컴 투 동막골’은 ‘말아톤’을 이미 뛰어넘어 하반기 최고 흥행 영화의 자리를 굳혀 가는 중이다. ‘미다스의 손’ 김 대표를 만났다.

○ “재미있는 영화면 난 무조건 간다”

―올해 배급시장 1위가 유력한데….

“배급 1위란 게 관객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관객에겐 재미있는 ‘말아톤’과 재미있는 ‘…동막골’을 봤다’는 기억밖엔 없을 것이다.”

―투자배급을 결정할 때 노하우는….

“간단하다. 재미있는 영화를 선택한다.”

―재미있다?

“철저히 관객 중심으로 볼 때 대중영화는 두 종류다. 재미있는 영화와 재미없는 영화. 내가 늘 궁금해 하는 건 이거다. 재미있나, 재미없나. ‘말아톤’ 때도 직원들이 별별 분석을 다하더라. 자폐아란 소재가 어떻고, 신인감독이 어떻고, 극의 전반적인 흐름이 어떻고…. 그래서 물어봤다. ‘근데 재밌니, 재미없니?’ 모두들 ‘재밌다’고 하더라. 그럼 난 그냥 간다.”

김 대표는 젊은이들의 취향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얼마 전엔 직원들과 홍익대 앞 클럽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예전엔 춤추는 데선 무조건 춤을 잘 춰야 했는데 요즘엔 맥주 한 병 들고 계속 흐느적대기만 하더라.(웃음) 이젠 잘 추고 못 추는 차이가 아니라, 느끼고 못 느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재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드라마다. 드라마가 센 영화가 된다고 본다. 드라마의 사이즈가 곧 감정선의 사이즈고, 감정선의 사이즈가 곧 영화의 사이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들어간 첫 직장은 삼성물산, 현재의 오리온 이화경 사장을 만나 자리를 옮기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됐다.

○“너네 아빠 강제규야?”

―기업인의 시각이 영화사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여기 와보니 투자배급사들은 돈만 대고 개봉 2주 전쯤 프린트가 올 때까지 팔짱 끼고만 있더라. 프린트를 보고 나서야 ‘아, 큰일 났다’ 아니면 ‘아, 좋다’며 부산하더라.(웃음) 궁금했다. 투자배급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영화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제작사와 긴밀히 협의하는 적극적인 역할로 투자배급사를 변모시켰다. 하지만 요즘 들어 ‘물’이 좀 든 것 같다.(웃음) 예전엔 편집에서 잘려나간 부분을 감독들이 아까워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내 슬픔처럼 받아들여지더라.”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를 맡은 뒤 개봉일을 금요일로 당기고, 극장마다 관람료를 차등화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업계에선 ‘물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내 대답은 ‘그렇지만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시도들이 성공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웠으니까. 한국 영화시장 규모가 연간 8000억 원 남짓이다. 삼성전자의 한 분기 순익은 1조 원이다.(웃음) 작은 파이 나눠 먹어봐야 갑갑할 뿐이다. 모두가 다 잘 먹고 잘사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뭐를 마이 메게이지 머’라는 ‘…동막골’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이익을 내서 가족(직원)들을 제대로 먹여 살릴 때 기업도 문화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아빠의 직업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게 힘들다”며 웃었다. “아들이 ‘투자배급’이란 말뜻을 모르니까 아들에게 그냥 그랬어요. 아빠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었다고. 아들이 학교에서 자랑한 모양이에요. 그랬더니 다음 날 어떤 꼬마가 ‘너네 아빠 강제규야?’ 하더래요. 이것 참….”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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