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찾사’ 20주년 기념 공연 연습으로 바쁜 오후 8시경 갑자기 멤버 신지아 씨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전화기 속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엄마 지금 노래 부르거든. 이따가 전화할게. 아빠랑 잘 놀고 있어.”
#2. ‘노찾사’ 한동헌 대표가 기지개를 켜며 “아∼ 배고프다. 오늘 연습 많이 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멤버들이 웃으며 말한다.
“나이 먹어서 배고픈 거죠. 하하.”
10대들이 모르는 386세대의 로망 ‘노찾사’. 그들이 10월 8, 9일 오후 4시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의 핵심 멤버 9명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1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에 모였다. 이들을 보자마자 원론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과연 노래를 찾았을까요?”
○ ‘노찾사’의 과거 찾기
▽권진원=‘노찾사’의 노래를 찾으려면 아직도 멀었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버스 안에서 우리 음악을 듣고 가슴을 쳤다는 분, 눈물을 흘렸다는 분들이 있었어요. ‘노찾사’ 음악으로 많은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죠.
▽한동헌=‘노찾사’가 공연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1997년 모음음반 ‘먼 훗날’ 발매 이후 잠들어 있던 ‘노찾사’를 보고 있으니 이건 사회적 손실인 것 같더라고요. 아직도 우리 음악을 찾는 분들을 만나 뵙고 싶은 마음에 제가 일방적으로 멤버들에게 연락했죠.
▽최문정=남편에게 ‘노찾사’ 공연에 참가한다고 하니까 ‘노찾사가 또 부를 노래가 있느냐’며 뜬금없다는 표정이더라고요. 또 우리 애는 동네 친구한테 ‘우리 엄마 사계 부른 노찾사야’라고 하니까 친구들이 ‘너네 엄마 거북이야?’라고 묻더래요.
○ ‘노찾사’의 현재 찾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최루탄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의 약발이 떨어진 21세기. 그들의 노래 중 ‘사계’를 리메이크한 댄스 그룹 ‘거북이’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리메이크한 MC 스나이퍼가 더 친근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마당에 ‘노찾사’를 거쳐 간 150여 명의 멤버 중 30여 명이 모여 공연을 펼친다니 과연 19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2000년대 디지털 세대에도 통할까?
▽문진오=얼마 전 친한 민중가수들과 술을 마시며 ‘노찾사’ 공연을 한다고 하니 ‘왜 지금 무덤에서 자고 있는 노찾사를 꺼내느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2005년 가요계에 의식 있는 음악은 죽은 지 오래라며 ‘노찾사’의 전통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까봐 걱정하는 반응이었죠.
▽한동헌=대형 기획사 소속의 아이돌 스타들이 많은 성공을 이뤄왔지만 과연 이 땅의 젊은 세대들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광란에 가까운 열광이 대중가요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음악에 문제의식을 담고 있죠. 상업성은 없겠지만 진정한 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21세기에도 분명 반향이 있을 겁니다. 제 아무리 MP3가 판을 쳐도 말이죠.
○ ‘노찾사’의 미래 찾기
이번 공연에서 ‘노찾사’ 멤버들은 ‘사계’,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 25곡의 히트곡을 부를 예정이다. 특히 멤버들의 아들딸로 구성된 어린이 중창단과 ‘노찾사’ 1기 멤버들도 출연할 계획이다. 공연이 끝난 후 ‘노찾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동헌=앞으로는 ‘노찾사’를 법인단체로 만들어서 공연도 하고 음반도 발표하고 또 ‘노찾사’ 관련 책도 발간할 계획입니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낡은 이념 논쟁보다 지금 우리가 아파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해야겠죠.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미래를 향해 달릴 겁니다.
▽신지아=우리 신입 멤버 연령 제한은 무조건 20대로 해야겠어요. 젊은 혈기 좀 받게. 하하, 농담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모두들 박수 치며 자리를 정리하는 순간. 문대현 씨가 “기자님” 하고 부른다.
▽문대현=까먹은 게 있어요. 우리 공연 보러 오시는 아저씨 아줌마들, 우리 공연 보고 옛날 생각나서 횃불 들고 뛰쳐나가면 안 돼요. 하하.
02-3141-4751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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