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다고요? 카메라 앞에서만 그런거죠…동갑내기 女앵커 3총사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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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김소원 김주하 앵커(왼쪽부터)는 가장 즐겨 입는 옷이 청바지라고 입을 모았다. 화려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은 동년배의 여느 여성들과 다름없는 소박하고 성실한 직장 여성들이다. 김동주 기자
정세진 김소원 김주하 앵커(왼쪽부터)는 가장 즐겨 입는 옷이 청바지라고 입을 모았다. 화려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은 동년배의 여느 여성들과 다름없는 소박하고 성실한 직장 여성들이다. 김동주 기자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 앵커는 공교롭게 1973년생 소띠 동갑내기다.

KBS ‘뉴스9’의 정세진, MBC ‘뉴스데스크’의 김주하, SBS ‘8뉴스’의 김소원 앵커. 일복이 많다는 소띠답게 방송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여성 앵커 3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성격?=세 앵커 모두 ‘완벽’ ‘냉정’이라는 앵커의 일반적 이미지와 자신들의 실제 성격은 전혀 다르다고 펄쩍 뛰었다.

정 앵커는 단아하고 참한 분위기로 셋 중에서 가장 얌전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소박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아나운서 시험 볼 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닭갈비에 소주 마시고 싶다’고 말한 것이 아직까지 KBS 안에서 회자될 정도예요.”

김주하 앵커는 화면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왠지 접근하기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해라고 단언했다.

“학창 시절에도 외모만 보고 ‘차갑다’ ‘냉정하다’는 소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학기말쯤 되면 ‘네가 이렇게 재미있는 애인지 몰랐다’고 말하는 친구가 많았죠.”

김소원 앵커는 화면에선 이지적이고 도시적 이미지를 줘 다소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다. 그는 기자가 “실물이 더 낫다”고 말하자 “고맙지만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수없이 들었는데 앵커가 화면에 잘 나와야지 실물이 좋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 성격도 소심한 편이어서 길거리에서 누가 알아볼라 치면 미리 도망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목소리와 외모=셋 중에 가장 저음은 김주하 앵커. 목소리의 톤이 190Hz로 나왔다. 정 앵커는 220Hz로 깔끔한 소리를 내며, 김소원 앵커가 230Hz로 가장 높다.

김소원 앵커는 김주하 앵커가 “오디오가 좋다”고 칭찬한 대로 멘트의 명료성에서 돋보인다. 그는 “목소리 때문인지 ‘똘똘하고 거짓말 안 할 것 같다’는 평을 듣는다”고 자평했다.

김주하 앵커는 “목소리가 낮은 탓인지 시청자들이 중성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며 “외모도 ‘예쁘다’보다 ‘잘생겼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셋 중 유일하게 미혼인 정 앵커는 “평소에는 화장도 안 하고 안경을 끼고 다녀서 그런지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대생 선호 직업 1위의 이면=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유명인으로 항상 여성 앵커가 꼽힌다. 지적인 이미지, 아름다운 외모에다 전문 직종이라는 점이 어필하기 때문.

그러나 화려한 이면에는 늘 어려움이 수반된다. 특히 몸과 마음의 상태를 늘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감기에 걸리면 안 되니까 몸살 기운이 나면 1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갈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시고, 식염수를 코에 넣어 입으로 빼내는 극약처방도 해요.”(김소원)

“살다 보면 우울하고 화날 때도 있는데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어렵죠. 회식 때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아프면 무조건 링거를 맞아요.”(정세진)

아나운서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5월부터 경제부 기자까지 겸하고 있는 김주하 앵커는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바쁘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오후 11시에 퇴근한다. 앵커, 기자, 아내 중에서 아내 역할은 0점이라고 남편에게 미안해했다. 그는 “30대가 되니까 체력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 운동도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앵커들의 내일(來日)=김소원 앵커는 입사 초기만 해도 아나운서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 진행을 못하고 리포터로 일하기도 했다.

“처녀 때 ‘승부’를 봐야 한다고 하는데 시동이 늦게 걸린 셈이죠. 1998년 결혼하고 2000년 아이를 낳은 뒤에야 이 직업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출세가도를 달려오지 않은 것이 지금은 장점이 된 것 같습니다. 조직의 쓴맛도 보고, 아이 키우는 것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살려 좀 더 편하고 푸근하게 진행하고 싶어요.”

정 앵커는 뉴스에 함몰되지 않고 객관적 시각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엔 따뜻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었는데 이젠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보다 우러나오면 좋겠어요.”

김주하 앵커는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가는 앵커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끼니 걱정까지 했던 경험도 있어 서민과 친숙한 느낌을 가지려고 합니다. 버스 요금 인상을 고민하는 앵커가 되고 싶어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정세진▽

1973년생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1997년 KBS 입사

2001년 뉴스9 앵커

2001년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 아나운서 대상 앵커 부문’ 수상

▽김소원▽

1973년생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1995년 SBS 입사

2003년 ‘한국 아나운서 대상 TV진행 부문’ 수상

2004년 8뉴스 앵커

▽김주하▽

1973년생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졸업

1997년 MBC 입사

2000년 뉴스데스크 앵커

2002년 ‘한국 아나운서 대상 앵커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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