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억만장자 지휘자 카플란 e메일 인터뷰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세계 최고의 ‘아마추어 말러 지휘자’로 불리는 길버트 카플란.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세계 최고의 ‘아마추어 말러 지휘자’로 불리는 길버트 카플란.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미국의 ‘억만장자 지휘자’로 알려진 길버트 카플란(63)이 10월 15일 오후 6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으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카플란은 전 세계 150개국에서 출판되는 금융잡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의 발행인. 그는 1965년 미 뉴욕 카네기홀에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연주했던 말러 교향곡 2번을 처음 듣고 ‘수만 볼트의 번개가 내 몸을 관통해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40세가 될 때까지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이후 지휘 레슨을 받았고 전 세계 31개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2번만 50회 이상 연주했다. 그가 1988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처음 녹음한 말러 음반은 미국과 영국에서 2년간 클래식 음반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내한 공연에 앞서 e메일로 인터뷰했다.

―지휘 레슨을 받을 당시 힘들었던 점은….

“어릴 적 3년 정도 피아노 교육을 받은 것이 내가 받은 음악교육의 전부였다. 말러 교향곡 2번을 지휘하기로 결심하면서 선생님과 함께 매일 5시간씩 공부했고, 또 따로 2시간씩 혼자 공부했다. 교향곡을 이해하고 지휘 테크닉을 개선하는 데만 7개월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말러가 진정한 천재임을 발견했다. 말러는 지휘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템포를 늦추지 말라는 조언도 포함돼 있다. (지휘자가 템포를 늦출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말러의 마술은 바로 그가 제시하는 지시들에서 유래한다. 이는 말러 음악의 진정한 색채, 리듬, 표현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작곡가나 말러의 다른 작품을 지휘할 계획은 없는가.

“나는 결코 지휘자가 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일생에 딱 한 번 말러 교향곡 2번을 지휘할 만큼만 배우고자 했다. 연주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줄리아드음악원에서 말러의 모든 교향곡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말러 음악의 지휘자와 잡지 발행인의 삶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지휘를 하면서 회사 일에 대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상사들은 부하 직원들이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에 인색하다. 반면 실수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하다. 이는 음악을 하기 전 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음악가들, 특히 성악가들과 함께 연주하면 언제 칭찬해야 하는지, 그럴 경우 그들이 얼마나 노래를 더 잘 부르는지 금세 파악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회사에 적용하고자 시도했다.”

1만∼4만 원. 031-729-5615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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