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 넣고 반죽하니까 맛이 살더라.”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 1층 제과점 델리카한스. 롯데호텔의 제과 주방장 파티시에(제과제빵사) 손장옥(孫章玉·55) 씨가 갓 구워낸 빵을 친동생 상옥(賞玉·45) 씨, 사촌동생 경호(卿豪·41) 씨 앞에 내놓았다. 손 씨의 이들 동생도 파티시에다. 상옥 씨는 웨스틴조선호텔의 제과 주방장, 경호 씨는 서울프라자호텔의 제과 부주방장이다. 서울 중구 한복판 ‘한 집 건너 있는’ 특급 호텔 3곳의 파티시에가 모두 한집안 식구들이다.
‘며느리한테도 맛을 내는 비결은 비밀이라던데’ 하물며 경쟁관계에 있는 호텔의 파티시에들이 한가족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지자 장옥 씨가 웃는다.
“파티시에에게 빵과 케이크는 ‘예술영역’입니다. 서로 요리 정보를 교환하지만 빵을 만들면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장옥 씨는 참살이(웰빙) 트렌드에 맞춰 당분을 줄이고 건강에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 그가 개발한 당근 케이크, 호박 카스텔라 등은 롯데호텔의 히트 상품이다.
상옥 씨는 어머니가 오븐에서 막 꺼낸 듯한 ‘홈 메이드(home made)’ 스타일을 좋아한다. 투박해 보이지만 맛깔나는 초콜릿 케이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에 반해 경호 씨의 케이크에는 화려한 색감이 느껴진다. MBC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홍보 사진에서 삼순이가 들고 있는 빨간색 ‘산딸기 무스 케이크’는 경호 씨의 작품이다.
이들이 파티시에의 길을 걷게 된 데는 ‘형님’의 영향이 컸다. 상옥 씨는 전문교육기관을 졸업했지만 장옥 경호 씨는 밑바닥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익혔다.
장옥 씨는 1972년 제과점을 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케이크를 장식하는 모습에 반해 그 길로 동네 제과점에 취직했다고 한다. 22세 때였다. 5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그는 1977년 조선호텔을 거쳐 1978년 롯데호텔에 입사한다.
둘째 상옥 씨는 ‘특급호텔에서 일하는 형님이 멋져 보여’ 경희호텔전문대(현 경희대 호텔관광대)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조선호텔에 입사했다.
경호 씨도 ‘빵을 예찬하는’ 두 형님의 영향을 받아 제과점에서 제빵 기술을 익힌 뒤 2000년부터 프라자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장옥 씨의 큰딸 보라(23) 씨도 파티시에를 꿈꾸는 경희대 호텔관광대 조리학과 4년생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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