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시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근린공원. 무대 공연을 바라보는 원영학(49) 이영애(43) 씨 부부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선 그들의 외동딸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휠체어 댄스를 추고 있었다. 서울정민학교(중증 지체부자유자가 다니는 공립 특수학교)에 다니는 원고은(14·뇌성마비1급) 양은 몇 주 전부터 이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다.
공연은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주최하는 제23회 오뚜기축제의 일환인 장기한마당. 고은 양은 이 공연을 위해 학교 친구들과 매일 방과 후 휠체어 댄스를 연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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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바라보는 원 씨 부부의 머릿속에는 고은이가 두 살 때 병원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보람찬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치료받으러 갈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차가 없는데 버스는 물론 택시도 고은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때마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죠.”
원 씨와 이 씨도 각각 지체장애 2급과 4급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인 원 씨 부부는 트럭을 가지고 다니며 전철역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를 해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원 씨는 “고은이가 병원에 자주 가야하기 때문에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장사를 선택했다. 그래도 고은이가 밝게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전국 뇌성마비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등 1300여 명이 모인 이번 축제에서는 장기한마당, 놀이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또 자매결연을 한 일본 전국지체부자유자연합회 소속 뇌성마비인과 부모 50여 명이 참석해 일본 전통무용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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