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의원은 유신 체제였던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을 ‘딕테이터(독재자) 박’이라고 지칭한 것은 물론 박정희 독재가 히틀러와 같은 수법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8분여간 원고를 읽어내려 가던 김 전 의원은 공화당과 유정회 소속 의원들의 야유 속에 일방적인 정회 선포로 발언을 다 하지 못했고, 일부 발언은 국회의장 직권으로 속기록에서 삭제되고 말았다.
국회 법사위는 김 전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김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다. 박정희 정부는 이어 김 전 의원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해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면서 정치활동마저 원천 봉쇄했다.
김 전 의원은 10일 국회에 당시 삭제된 발언을 속기록에 복원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속기록 복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로 가능하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0세에 정치 생명을 박탈당하고 인생에 있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10년 동안 식물인간이 되는 바람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남장(男裝)’ 여성 의원으로도 유명한 김 전 의원은 7, 9, 12대 의원과 신민당 부총재를 지냈고 1992년에는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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