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동 9층 병실. 몽골 소녀 잔찰(12) 양이 침대에 누워 파란 풍선을 안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혈중 산소 농도가 낮을 때 생기는 청색증에 걸려 입술과 손가락이 파래지고 숨쉬기가 힘들어 다른 아이들처럼 병실을 뛰어다니며 놀 수 없는 처지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잔찰 양은 올해 8월 한국의 소아심장과 의사가 심장병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돈을 빌려 울란바토르에 갔으며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의 지원으로 14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수술을 받기 위해 함께 한국에 건너온 순지드마(6) 양은 16일 오전 수술을 받았다. 잔찰 양은 다음 주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잔찰 양은 발병 이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수술을 받아도 완치될 수 없다. 수술은 생명을 연장하고 호흡이 편할 수 있도록 도와 줄 뿐이다.
그러나 잔찰 양은 수술하면 파래진 입술이 앵두같이 예쁘게 제 색깔로 돌아올 거라는 의사의 말에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잔찰 양에게 또 하나의 행복한 소식이 전해졌다. 수술 후 짬을 내 ‘제부도’ 등지를 여행 다닐 예정이라는 것. 그는 “한 번도 바다를 구경한 적이 없어요. 바다에 가면 크게 한국 분들께 고맙다고 소리칠 거예요”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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