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싶고 되고싶은 2005과학기술인]<10·끝>김희준 서울대 교수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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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서울대 화확부 교수는 원자의 공유결합을 남녀 간의 결혼에 빗대어 쉽게 이해시킨다. 그는 우주와 생명의 원리를 누구나 재미있게 이해하게 만드는 과학 전도사다. 사진제공 사진작가 김연정씨
김희준 서울대 화확부 교수는 원자의 공유결합을 남녀 간의 결혼에 빗대어 쉽게 이해시킨다. 그는 우주와 생명의 원리를 누구나 재미있게 이해하게 만드는 과학 전도사다. 사진제공 사진작가 김연정씨
‘인간=만몰의 원자.’

서울대 화학부 김희준(58) 교수가 자연과학의 세계 강의를 시작하며 칠판에 쓴 글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을 잘못 쓴 건 아닐까. 김 교수는 사람의 평균 체중이 60kg이라는 점과 몸의 대부분이 물이라는 가정을 통해 사람이 1만 몰(mole·1몰은 6×1023개 입자의 집합)의 원자로 이뤄져 있음을 추론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몇 개의 원자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라고 질문하면 근육의 단백질을 기준으로 삼아 애를 먹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런데 단백질은 아주 복잡해서 원자 수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물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이뤄져 있어 간단하죠.”

○ “일상 속 과학 통해 일반인 눈높이 맞추죠”

김 교수는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일상에서 얻는다. 예를 들어 ‘나를 물로 보지 마’라는 TV 광고카피를 보고는 ‘나는 이 말과 달리 사람을 물로 본다’고 표현한다.

2002년 서울대는 김 교수의 일반화학 수업을 처음으로 우수강의로 선정해 CD 1000개를 제작했다. 서울대 강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수와 강사, 미래의 강연자인 대학원생에게 제공했다.

명강의로 정평이 나면서 김 교수의 생활은 더욱 바빠졌다. 연구 외에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과학기술 앰배서더 강연, KBS와 EBS 특강 등을 통해 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김 교수는 원래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수줍음 많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시절 우연히 프레이밍햄대에서 진행된 평생교육 강의를 맡게 된 것이 큰 전환점이 됐다. 40대 이상의 중년 미국인이 주 대상이었다.

“나이 많은 분들에게 보통 방식으로 강의해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사물을 다양하게 보는 시각을 강의에 적용했어요. 할머니들도 강의를 좋아하고 잘 따라오는 것을 보고 교수법에 자신이 생겼습니다.”

김 교수는 안정적인 원소로 알려진 아르곤을 귀족에 비유한다. 또 원자, 양성자, 쿼크로 이어지는 원자 구조를 설명할 때는 벗기면 속에 더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러시아 인형을 예로 든다. 원자끼리 서로 전자를 공유하며 결합하는 현상을 남녀 사이의 결혼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 “물리-화학-생물 등 과학도 크로스오버 해야죠”

어린 시절 자신이 던지던 ‘순수한’ 질문을 떠올리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외할아버지가 키우던 장미를 보며 ‘장미는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아름다운 색과 향기를 만들까’ 궁금해 했다. 또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을 보며 ‘저 별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재미있는 화학여행’ ‘자연과학의 세계’ ‘과학으로 수학보기’ 등 다양한 교양서를 저술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적 호기심과 깊이 있는 사고력 키우기에 기여하고 있는 김 교수. 그의 현재 목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심화된 과학교육을 실현하는 일이다.

“물리 화학 생물 등 여러 분야를 연결해서 과학을 가르치면 누구나 흥미로워하며 좋아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현재 교재나 교육체계는 그렇지 못해 과학이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적절한 자료와 교습법을 하루빨리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김희준 교수는: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66년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1970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한 후 유학을 떠나 1977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물리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생물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공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이 시절 물리학과의 한 행사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의 흥미로운 강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가 저술한 ‘최초의 3분’이란 책을 바탕으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재미있게 풀어낸 훌륭한 강의였다.

▼청소년에게 한마디▼

자연은 넓고 흥미로운 현상과 원리로 가득하다. 사실을 배우는 데 그치지 말고 자연의 원리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각도로 생각하라. 관심 주제에 대해 끝까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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