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대역전…이창호에 2패뒤 3연승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2분


“2연패 뒤 3연승으로 우승해 기분 좋습니다.”

최철한(崔哲瀚·20) 9단이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국내 최대 우승상금(5000만 원) 기전인 GS칼텍스배에서 우승했다.

최 9단은 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대회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이창호(李昌鎬·30) 9단을 흑 141수 만에 불계로 누르고 종합전적 3승 2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이날 바둑은 초반 팽팽하게 진행됐다. 중반 무렵 검토실에선 백(이 9단)이 약간 두텁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 9단이 갑자기 무리수를 두면서 자멸했다.

최 9단은 “이 9단이 그 수를 즉각 두기에 당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으나 차분히 살펴보니 무리수라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최 9단은 백 두 점에 코붙임하는 멋진 맥점을 선보이며 백의 무리수를 응징했다(기보 참조). 이로써 최 9단은 국수, 천원전 타이틀과 함께 국내 기전 3관왕에 올랐다.

최 9단은 이 9단과의 역대 전적에서 14승 13패로 앞서게 됐다. 또 타이틀 무대에서 이 9단과 5번 만나 4번을 이기며 ‘이 9단의 천적’임을 보여 줬다.

이 9단은 그동안 GS칼텍스배 결승에 5번 진출해 상대를 모두 3 대 0으로 물리쳐 이 기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번에도 초반 2연승으로 영봉 우승을 꿈꿨으나 최 9단의 끈질긴 추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 9단이 입단 이후 2연승 뒤 3연패로 타이틀을 잃은 것은 1997년 28기 명인전에서 조훈현(曺薰鉉) 9단에게 당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최 9단은 “2연패를 한 뒤 자신감을 잃었는데 3번째 대국에서 힘겹게 이기면서 평정심을 찾았다”며 “이 9단이 최근 막판 집중력이 과거보다 조금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결승전 시리즈의 고비는 제4국. 이 9단이 초반부터 앞서 나가며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최 9단이 괴력을 발휘하며 이 9단의 대마를 잡아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9단은 올해 마이너급 세계대회인 대만 중환배에서 우승했으나 잉(應)씨배 결승전에서 패하는 등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4강전에 올라 있는 삼성화재배에서 그 꿈을 이루려고 한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4강 상대는 중국의 뤄시허(羅洗河) 9단이다.

그는 또 2연패(連覇) 중인 국수전의 도전기를 내년 초에 갖는다. 도전자 후보는 이창호 이세돌 9단, 윤현석 8단이다. 그는 “누가 올라오든 최소 3연속 우승은 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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