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뜬 별들▼
▽박영석(朴英碩·42)=산악인. 5월 1일 오전 4시 45분(한국 시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를 들고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나아가던 박영석이 “마지막 별을 땄다”고 외쳤다. 마침내 도보로 북극점을 밟는 데 성공한 것. 이로써 박영석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이어 남극과 북극 등 지구 3극점을 모두 밟은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서구인이 주도해 온 세계 탐험사에 동양인이 처음으로 큰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박주영(朴主永·20)=FC서울 소속 프로축구 선수. 기존 스트라이커들과는 다른 한 박자 빠른 슈팅과 골 결정력이 눈에 띈다. 12일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컵대회와 정규리그 30경기에서 18골 4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그가 뛰는 경기엔 관중이 평소보다 2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태극 마크를 달고서도 ‘킬러’의 면모를 과시해 2006 독일월드컵 본선 탈락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해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조사기관인 SMS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한국 경제에 미친 효과는 무려 1755억 원.
▽박현주(朴炫柱·47)=미래에셋그룹 회장. 올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의 35%를 흡인하는 등 국내 주가 급등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는 적립식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6월엔 SK생명을 인수해 종합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자산운용에서 검증된 능력을 바탕으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한다. “주가 향방은 귀신도 모른다”는 증시에서 ‘박현주 신화(神話)’가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삼순이=안 예쁘고 뚱뚱하다. 나이 서른에 남자친구한테 배신당했고 번듯한 직장도 없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이렇게 출발했다. 종영 때의 삼순이는 잘생긴 연하의 레스토랑 사장과 사귀면서 파티시에(제과제빵 전문가) 일도 열심히 하는 최고 인기녀가 됐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삼순이 어록’으로 묶여졌다. 삼순이 역의 김선아(金善亞·30)도 떴다. 한편 같은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한 다니엘 헤니(26)는 올해 최고의 ‘섹시가이’로 꼽히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명박(李明博·64)=서울시장. 10월 1일 청계천이 다시 열렸을 때 이 시장의 미래도 함께 열렸다. 몰려든 인파는 두 달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수십 개의 해외 언론들이 청계천 복원을 보도했다. 최근의 여론조사들에서 이 시장은 강력한 대통령후보로 올라섰다. 과거에도 청계천 복원 주장은 많았지만 이 시장은 이를 처음으로 구체화시키고 실천했다. 그는 “지도자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뿐 아니라 그것을 실천할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론을 편다.
▽임동민(24)·동혁(21) 형제=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서 형제가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의 수상은 물론 결선 진출도 이번이 처음.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인 이 형제는 1996년 모스크바 국제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1, 2위를 차지하면서 일찍부터 음악계에서 ‘신동 형제’로 불려 왔다. 형 동민 씨는 “동생이 2등상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동혁 씨는 “형은 진지하고 노력형이라 대성할 것”이라고 형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서로 도와 피아노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했다”며 기뻐했다.
▽정몽구(鄭夢九·67) 정의선(鄭義宣·35)=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기아차 사장을 각각 맡고 있는 부자(父子) 경영인. 현대차는 5월 미국 앨라배마 주에 공장을 세우며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했다. 정 회장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의 존경받는 기업인 42위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인촌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3월 기아차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 사장도 성공적인 최고경영자 데뷔를 했다. 오르는 기아차 주가를 두고 ‘정의선 효과’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현정은(玄貞恩·50)=현대그룹 회장. ‘전업주부’에서 대기업 총수로 변신한 지 2년 만에 위기를 맞았으나 원칙으로 맞서며 대북사업을 장악했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개인비리로 퇴출당한 데 대해 북한이 복귀 압력을 가했지만 “비리 경영인은 내보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며 결국 대북사업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남성경영인 못지않은 수완과 추진력을 발휘하면서도 섬세한 ‘감성경영’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황정민(35)=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린 여인과 농촌 청년의 사랑을 담은 멜로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도 남우주연상(너는 내 운명)과 남우조연상(달콤한 인생)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그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로드 무비’ ‘바람난 가족’ 등을 통해 천의 얼굴을 선보이며 묵묵히 활동해 왔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내 운명인 아내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이름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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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진 별들▼
▽김운용(金雲龍·74)=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독일의 격주간지 ‘슈포르트 인테른’이 2003년 발표한 영향력 있는 스포츠 인사 100명 가운데 4위에 선정된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 잇단 비리 의혹 속에 대한체육회장, 대한태권도협회장, 국회의원, 국기원장,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에 이어 5월 IOC 부위원장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김윤규(金潤圭·61)=전 현대아산 부회장.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실무를 총괄해 오다 그룹 내부감사에서 개인비리가 드러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현대와 인연을 맺은 지 36년 만이었다. 1998년 현대그룹 남북경제협력사업단장을 맡은 이후 7년간 그룹과 북측의 창구였던 그가 8월 물러나자 북한이 반발해 현대의 대북 사업이 한동안 난항을 겪기도 했다.
▽박용오(容旿·68), 용성(容晟·65), 용만(容晩·50) 형제=두산그룹 오너 형제들. 2005년 두산그룹은 ‘형제의 난’으로 얼룩졌다. 고발과 폭로가 오간 형제들의 이전투구는 7남매 가운데 용오, 용성, 용만 형제와 박용욱(朴容昱·45·여섯째) 이생그룹 회장 등 4명이 비자금 조성(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사태까지 갔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던 박용성 회장은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는 사과문을 남기고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전 국가정보원장.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을 주도한 혐의로 2일 구속 기소돼 국내외에 큰 파장을 낳았다. 임, 신 전 원장은 국정원의 도청 문제가 제기된 이후 줄곧 “도청을 알지도 못했고, 지시하지도 않았으며, 도청 정보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면서 도청을 알고 있었고, 지시했으며, 도청정보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홍석현(洪錫炫·56)=전 주미 한국대사. 중앙일보 회장, 한국신문협회 회장,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 이어 올해 2월 주미 대사에 임명됐다. 신(新)권언유착이라는 일각의 비판은 “나의 꿈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그의 원대한 포부에 묻혔다. 하지만 7월 공개된 녹음테이프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1997년 대선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던 그의 ‘정경언(政經言) 유착행위’를 담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X파일’은 그의 ‘꿈’마저 단숨에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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